[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저자는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노예제의 참상을 시적인 언어와 환상적인 서술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저자는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박탈당한 모성애를 되찾은 노예의 과격하고 뒤틀린 사랑과 그로 인한 자기 파괴를 이야기한다.
1856년 1월, 켄터키 주의 한 여성 노예가 임신한 몸으로 네 명의 자식을 데리고 오하이오 강을 건너 신시내티로 도망쳤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친척의 집에 몸을 숨겼지만, 뒤따라온 노예 사냥꾼과 보안관의 추격에 끝내 붙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식을 노예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한 후, 두 살배기 딸의 목을 베었다. 이 작품의 부분적인 줄거리이기도 한 이 실제 사건은 노예제의 비인간성을 방증하는 사례다. 사건 이후 18년이 흘러 제 손으로 딸을 죽인 여인 세서가 사는 124번지는 죽은 아기의 원혼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를 덮어둔 채 세서는 유령의 장난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의 육신을 입은 죽은 아기 ‘빌러비드’가 돌아온다. ‘빌러비드’는 세서에게 과거를 묻고 이야기해달라고 조르며 상기시킨다. 세서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빌러비드’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마침내 과거에서 벗어난다.
저자는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또한 이 작품은 2006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작가, 비평가, 편집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1980년 이후 최고의 미국소설’ 1위에 선정됐고, 2008년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조사한 ‘하버드대 학생이 가장 많이 구입한 책’ 2위에 꼽히기도 했다.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은 “이 작품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보다 더 큰 인간적인 울림을 준다”며 “슬픔과 분노를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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