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vs 물가안정 번번이 충돌

경제부총리와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손을 맞잡았다.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고 웃음꽃을 피우며 덕담을 나눴다.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벌써부터 ‘공조 강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원체 태생이 다르고 물과 기름 같은 사이다. 금세 어색하게 돌변할 수 있는 관계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를 통해 해외 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팀워크를 발휘하게 된다. 현 부총리는 앞서 이 총재가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한국은행을 방문하며 예우를 갖추기도 했다. 일견 이들의 협력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달콤한 ‘허니문’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재부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한은은 언젠가는 충돌하게 돼 있다. 특히 내부 출신이 총재를 맡는 경우 정부와 갈등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알려진 대로 이 총재는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한은맨’이다.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현오석 부총리.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현오석 부총리.

대표적인 사례가 이성태 전 총재와 강만수 전 장관 간 불협화음이다. 강 전 장관은 정부가 통화나 환율에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녔다. 한은 조직에 대한 불신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히 둘은 번번이 부딪쳤다. 이 전 총재 당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08년 8월 정부의 의사에 반해 금리를 인상했고, 이에 정부 및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에 대한 해임론까지 불거졌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내 이력상 ‘친(親)정부’ 인사로 볼수 있는 김중수 전 총재 역시 기재부와 충돌을 피하지 않았다. 현 부총리 취임 당시였던 지난해 4월 금리 인하를 강력히 바랐던 정부의 바람에 ‘동결’로 어깃장을 놨다. 결국 한 달 뒤인 5월 금리를 내렸지만 기재부의 ‘원망’은 끊이지 않았다.

재정당국과 통화당국 간 빚어진 갈등의 상당 부분이 금리 결정에서 빚어진 만큼, 새로운 ‘한은맨’이 이끄는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 결정 추이가 특히 주목된다. 한은에서 오래 근무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매파(통화긴축론자)’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더 많지만 매파와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로 구분하기 딱히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일단은 당분간 현재의 금리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총재 체제 아래 상당한 정책 전환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역할 확대를 둘러싼 갈등 소지도 있다. 이 후보는 청문회에서 “지급결제 감시 강화를 위한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기재부 역시 마뜩지 않아 하고 있어 향후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