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 경제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올해 첫 달에 나타난 경제지표들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한 수출은 해가 바뀌어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있던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 5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내수 부진 영향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우울한 ‘불황형 흑자’다.
수출이 부진한데 경기를 지탱해 온 소비조차 줄고 있다. ‘2015년 12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소비 부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광공업생산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석유정제 등에서 선방했으나 전자부품과 기타운송장비 부분의 생산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수출, 시급하게 패러다임 바꿔야=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 실적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감소했고 EU(유럽연합)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으로의 수출이 일제히 줄었다. 여기에 신규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받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버(SSD)는 22.1% 줄었다. 매달 큰 폭으로 성장하던 대베트남 수출이 -8.0%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도 뼈아팠다.
수출 여건이 절박해지는 가운데 정부는 수출 부진 타개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수출 점검체계를 상시 운영하고 매월 범부처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를열어 업계의 애로 사항을 빠르게 해결할 방침이다. 주력 품목의 신시장 진출 지원 및 소비재 산업 육성 종합 대책을 마련해 품목별 수출 확대도 꾀한다.
2월말 한·이란 경제공동위, 한ㆍ중 자유무역협정 활용 및 비관세작업반 가동(2월 내), 5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재개 등 신시장 진출을 촉진한다.
▶우울한 경상수지 1000억달러 돌파=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1059억551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종전 사상 최대였던 2014년 흑자 규모(843억7300만 달러)보다 215억8210만 달러(25.6%) 증가했다.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 흑자는 2014년 888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03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수출이 10.5% 늘었지만 수입은 18.2%나 감소하며 상품수지 흑자 폭을 키웠다. 최근 흑자는 상품교역에서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157억8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2010년(-142억3800만 달러)을 뛰어넘어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대내외 악재속에 불안한 내수 부진=2015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2%를 기록했다. 전년 보다 1.9%포인트 하락하면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지난달 판매 실적이 개소세 인하 종료 등의 여파로 총 10만6308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11만1620대)에 비해 4.8% 줄었다. 이는 2013년 2월(9만8826대) 이래 월간 최저 내수 판매 수치다.12월 대형마트 매출액도 2.1%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대내외 악재로 소비는 불안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초의 소비 활력이 지난해보다 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의 정책 효과가 발생하는 부문에선 회복세가 보이지만 내수 전반으로는 확산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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