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출이자 더 받으려 담합” 은행권 “CD 발행시장 축소따른 자연스런 현상” [헤럴드경제=정순식ㆍ김재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 개시 3년 7개월 만에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공정위와 은행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6개 은행이 CD 금리를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은행들이 대출이자를 더 받기 위해 CD 금리를 조작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 2012년 1∼7월 통화안정증권 등의 금리는 하락했지만 CD 금리는 떨어지지 않자 담합 의혹이 제기되며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됐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에서 CD시장을 활성화하라고 행정지도까지 시행할 정도로 CD발행 시장이 위축돼 벌어진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다룰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르면 다음달 열린다.
이 사건이 전원회의에서 담합으로 최종 판정나면 은행들에게는 연 매출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대출이자 더 받기 위한 조작이다 vs 발행 물량 감소에 따른 현상이다= 공정위와 은행간 공방의 핵심은 은행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CD금리 담합을 할 자율성이 있었는 지, 또 CD금리 담합에 대한 유인이 있었는 지 등으로 압축된다.
공정위는 2012년 1~7월 통화안정증권 등의 금리는 하락했지만 CD 금리는 떨어지지 않은 점에 미뤄 은행들 간의 담합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2년 1월 연 3.51%였던 통안증권 91일물 금리는 그해 7월11일 연 3.22%로 0.29%포인트 하락했다.
또 한국은행은 2012년 7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인하했다.
이 영향을 받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그해 4월 9일 3.5%에서 7월 17일 2.9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CD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55%에서 연 3.54%로 0.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치며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은행들은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했는데, 조사 직전 은행의 CD 금리 연동 가계대출 잔액은 총 196조원이었다.
CD 금리가 통안증권 금리만큼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은행 대출 이자수익은 약 5880억원 감소했을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펄쩍 뛰며 반발한다.
당시 CD금리의 변동폭이 작았던 건 CD 유통ㆍ발행물량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
당시 금융위원회는 은행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을 낮추기 위해 2010년 말부터 CD를 예대율 산정 때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CD 발행물량을 늘려도 그만큼 대출을 늘릴 수 없도록 제한한 것.
이에 따라 은행권 CD 발행잔액은 2010년 50조원에서 2011년 33조원, 2012년 25조원으로 줄었다.
2012년 신규발행 규모는 2조원에 그쳤다. 실제 이런 상황은 당시 금융당국이 각 은행들에 행정 지도 공문에도 나와 있다.
2012년 8월21일 시행일로 돼 있는 ‘CD시장 활성화를 위한 협조요청’이라는 이 행정지도에서 금감원은 “시장성 CD 발행 물량의 급격한 위축으로 CD금리 결정과정에 왜곡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며“이에 CD연동대출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은행에 대해 시장성 CD발행 등 시장조성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다”고 적시했다.
동시에 “시장성 CD발행시 발행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라”고 지도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에서 지나친 시중금리 급변동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CD 발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담합이란 불가능하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 3년 7개월 만에 불거진 리스크…왜 하필 안팎으로 어려운 이때, 은행 비상= 은행들은 공정위의 느닷 없는 담합 결정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렇잖아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이 때 수천억원의 과징금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점에 적잖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당장 은행들은 대외신인도 하락, 국내 대출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앞서 공정위의 첫 조사가 시행된 2012년 7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CD 금리 담합 의혹으로 한국의 은행이 법적 위험과 함께 평판에 타격을 받게 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코픽스 개발 이후 현재 주택담보대출 시 사용하지 않는 퇴물과도 같은 CD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천억원의 리스크를 지게 됐다는 점도 은행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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