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계좌이동 확대시행…‘800조’ 머니무브 대전 내달 14일 ‘100조’ IISA 시장 두고 금융사간 고객유치 2라운드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연초부터 은행들의 영업 전선이 가열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도 보지 못했던 역대급 쩐의 전쟁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10여년 전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팔게 했던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의 경쟁을 연상시킨다.
물론 경쟁은 방카슈랑스 보다 더욱 치열하고 전선의 규모 또한 방대하다. 벼랑 끝에서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사활(死活)을 건 싸움이다.
▶계좌이동 확대시행…‘800조’ 머니무브 대전= 전쟁의 시작은 오는 26일이다.
이날 800조원의 머니무브 전이 재점화된다. 지난해 11월 시행됐던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이 계기다.
이전까지는 기존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Payinfo.or.kr)에서만 가능하던 자동이체 은행계좌 변경이 은행 창구와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자동납부뿐만 아니라 자동송금도 계좌이동 대상에 포함된다. 창구직원의 역량에 따라 주거래고객을 확보할 수도, 경쟁은행에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은행의 전략은 거래고객인 집토끼를 묶고 타은행 거래고객인 산토끼를 유인하는 게 핵심이다. 그 어느 경쟁보다도 치열하다 여겨지는 휴대폰 가입자 유치전이 은행권에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좌이동제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3개월 동안의 계좌 이동 실적 자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제도 시행 이후 약 83만명이 페이인포에 접속해 32만건의 계좌를 변경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는 앞으로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도 계좌 이동이 가능해지는 만큼 계좌이동의 실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각종 혜택과 사은품 등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입출금 통장에 자동이체를 3건 이상 새로 등록하면 기아자동차 레이를 준다.
NH농협은행은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변경하거나 신규 등록 고객에게 여행상품권과 골드바를 경품으로 준다.
IBK기업은행도 100g짜리 골드바를주는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자동이체 출금 계좌를 옮기면 추첨을 통해 현금 100만원을 준다.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전략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시아나 항공마일리지를 쌓아주는 통장을 내놓았으며,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 금융혜택과 부가서비스를 내놓는 상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우리웰리치주거래예금’의 금리를 올리고, KEB하나은행도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에 급여 이체 등 실적에 따라 최고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예상보다 계좌이동이 많지 않았는데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 은행과 증권사 계급장 떼고 붙는다…‘100조’ IISA 시장 두고 금융사간 2차전 예고= 은행간 대전의 2차전은 ISA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이나 적금은 물론 주식ㆍ펀드ㆍ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한 통합계좌로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이 없거나 아주 적다는 점에서 시행되면 고객반응이 뜨거울 전망이다.
한 통장에 여러 상품이 묶이는 만큼 고객이동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은행입장에서는 기존 계좌보다 많은 액수의 예금과 운용자산을 확보할 수 있어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불황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작년 말 사상 처음으로 93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중에 떠도는 유휴자금이 주 타깃이다. 시장에선 5년 후인 2020년까지 ISA에 약 100조원의 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ISA는 비단 은행 만의 경쟁이 아니어서 더욱 주목된다. 다름 아닌 은행과 증권사의 계급장을 뗀 경쟁이 예고돼 있다.
내달 14일부터 투자자가 은행과 증권사에서 일임형 ISA와 신탁형 ISA를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일임형 ISA 상품 시장이 은행에 새롭게 열렸기 때문.
투자일임업은 고객에게 투자판단을 위임받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저금리와 고령화 영향으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일임 잔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 온 은행권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일임형 상품 시장 진출을 오랜 숙원으로 꼽아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기획처장은 “세제혜택이 있는 ISA를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기회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ISA 상품의 정식 판매를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은행은 압도적인 지점수 등 고객과의 접점에서 유리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증권사들은 자산 운용 노하우를 강점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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