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500만원 한도 연 5% 금리 RP특판’

금융투자업계가 내달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벌이는 사전 계좌개설 이벤트에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보통 1%대 금리를 적용해 판매하는 일반 RP보다 금리가 3~4배 높다. 증권사들은 고객 끌어모으기에 왜 ‘RP특판’ 카드를 꺼낸 것일까.

RP특판 이벤트를 진행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주요 증권사들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이다.

각 증권사별로 금리나 한도 등 조건은 조금씩 다르나 보통 1인당 500만원 한도 내에서 3개월물(91일물)로 연 5% 금리(세전)를 적용한다. 1억원 한도 내에서 연 3.5% 금리를 보장한 NH투자증권은 선착순 2000명이 이미 마감됐다.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RP는 금융사가 보유한 우량채나 국공채 등 장기물을 일정 금리의 단기 채권으로 만들어 팔고, 만기가 되면 되사는 상품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우량 고객에게 한시적으로 고수익 RP를 제공하기도 한다.

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 RP도 그 중 하나다. 미리 ISA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에게 특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ISA 계좌에 자사에서 판매한 RP가 거래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ISA는 단순 계좌개설뿐 아니라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다른 금융상품 거래를 권할 기회도 생긴다. ‘금융슈퍼마켓’에서 ‘미끼상품’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유가 있다면 꼭 그 상품만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업직원 입장에서는 유망한 상품을 투자성향에 맞게 골라서 권유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같은 고금리 RP는 사실 역마진이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객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가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RP를 통한 증권사 마진은 많아도 10bp(1bp=0.01%)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객이 100억원을 넣어도 수익은 100만원 정도다.

이 관계자는 “손해를 본다기보다 증권사의 자산증액, 신규고객 모집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3개월물 RP를 연 5% 금리에 500만원 매입하면 고객은 투자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세후 약 4~5만원 정도의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키움증권이 ISA에 300만원을 넣으면 최대 3만원을 돌려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판 한도를 적게 설정해놓았으므로 역마진이라도 증권사 입장에서도 마케팅 비용 정도로 생각해봄직 하다.

RP의 특성상 신탁형 ISA공략에도 유리하다. 증권사는 투자일임형 ISA 판매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고객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신탁형 ISA는 원리금 보장성이 높은 상품들이 많은 은행들이 유리하다. 원금보장성이 높은 RP는 은행에 대항할 증권사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탁형은 고객이 지정해 상품을 편입하기 때문에 RP나 확정금리형 상품 등 원리금 보장성이 높은 상품이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금리가 높은 원리금 보장상품인 RP는 유인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 투자상품들을 바로 시작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RP 이벤트가 (진입)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