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독주’에도 침묵을 유지하던 김무성 대표가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공관위가 결정한 단수ㆍ우선추천지역 등이 상향식 공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불거진 ‘친김계 생존-친유계 전멸 교환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에서) 단수추천 11곳이 올라왔는데, 이 중 7개 지역을 보류했다”며 “우선추천 지역 1곳을 보류하고, 공관위가 재의하도록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주도해 결정한 주요 ‘전략공천’ 명단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앞에 언급된 사례는) 당헌ㆍ당규와 국민공천 원칙에 반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김 대표는 이미 세간에 잘 알려진 주호영 의원의 사례(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 재의를 요청한 대구 수성을 지역) 외에도, 최근 컷오프를 당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을 강하게 두둔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2번이나 한 사람이며, 우리 정권의 장관을 한 사람인데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또 “어떤 지역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하는 주자 대신 2등에게 단수추천이 돌아갔고, 심지어는 2등이 아닌 하위 주자도 단수추천됐다”면서 “현재 남성 현역의원 지역구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하고 여성 현역의원에게는 경선 참여 기회도 주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당에서 정한 상향식 공천 원칙, 그리고 여러 과정을 거쳐 이번 총선에 적용될 국민 공천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동을 ‘정치적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여권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본인과 계파를 살리는 대신 (친박계의 마구잡이식) 공천에 관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친유계와 친이계가 완전히 ‘싹쓸이’를 당한 와중에 친김계는 모두 살아남았다”며 “정치권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김 대표 측과 진박의 결합을 우려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 공관위의 7차례에 걸친 공천발표와 3차례에 걸친 경선발표를 종합하면,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이번 ‘공천 정국’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우선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오른팔’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이 공천 막판에 ‘단수추천’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 지었고, 강남 3구의 김종훈, 심윤조 의원 역시 경선에 붙여져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외에도 박명재, 박민식, 김영우 의원이 공천 탈락 없이 경선 결과에 따라 생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김 전 홍보수석은 “김 대표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친박계에) 협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의 별다른 역할이 없었지 않았느냐. (그 때문에) 정치권에서 친박계가 김 대표와 그의 계파를 살리는 것을 대가로 이렇게 공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