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코스피 지수가 ‘라운드 넘버’인 2000 포인트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증시 상승 여력을 만들어내는 주요 투자세력인 외국인은 순매수를 하며 시장에 기여했지만 이번엔 기관이 문제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2000선 진입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관의 매도세를 넘어서는 외인 매수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외인 사니, 이번엔 기관 팔고…=연초 국내 증시 하락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혔던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기 매도세였다.
하지만 최근 그 흐름은 외인 매수, 기관 매도의 흐름으로 역전됐다.
외국인 일일 순매수액이 7346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였던 17일 코스피는 약 3개월 만에 드디어 장중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21일과 22일엔 연달아 2000선을 ‘터치’하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코스피는 그 기대를 저버리고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간만 보다가’ 2000선과는 멀어져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도 외국인은 505억원을 순매수하며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반면 기관은 이날도 1738억원으로 18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의 매도세는 지난달 29일부터 이어지면서 누적순매도액은 3조1657억원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 압력도 강해졌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23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958억원이 들어오고 1235억원이 나가면서 277억원의 순유출을 보였다. 순유출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17일 연속 이어졌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급상황을 보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순매도에 나서고 있고,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추세적으로는 이어지고 있지만 다소 주춤한 모습”이라며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강도가 다시 약해지거나 제한적이라면 지수의 상승세 또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라운드 넘버’ 2000선 당당히 돌파하려면…=‘라운드 넘버’란 주가의 앞자리 수준이 변하는 것으로 코스피의 라운드 넘버는 2000이다.
김정환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라운드 넘버에 근접하게 되면 심리적 저항을 받아 속도조절 내지 가격조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12월 급락 전 수준까지 주가가 회복됐고 연초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마무리되는 상황이어서 상승탄력이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라운드 넘버에서 저항을 받고 있는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상승은 기관의 펀드환매를 압도할만한 외국인 수급에 달려있다고 봤다.
이재훈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소강을 보일 수 있고, 기관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면서 수급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박스권 돌파는 외국인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우려로 약세장에 접어들 경우, 지수바닥은 정책이 만들고 반등은 기관이 만들며, 랠리는 외국인이 이끈다”면서 “최근 지수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은 기관 매도세보다 외국인 매수가 국내 펀드 환매를 압도할만큼 강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현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 매수세력은 수익률을 지수 수준으로 따르는 패시브 외국인이며, 패시브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에서는 신흥국 투자심리가 수급을 주도한다고 봤다. 국내에 유입되는 패시브 외국인들의 자금은 아시아지역ㆍ신흥국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묶인 포트폴리오에 배분된 것들이다.
패시브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위한 조건은 달러약세다.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위험선호 개선, 달러 약세는 외국인의 신흥국 매수로 이어지고, 한국 증시로 자금배분이 이뤄져 국내 증시에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기관, 외인 수급 결정할 4월 ‘이벤트’ 주목=이번달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글로벌 정책공조로 2000포인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다음달부터는 정책모멘텀이 소진된다.
그럼에도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글로벌 이벤트는 정책 단행보다는 향후 정책 방향성에 대한 언급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3월 대비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으나, 향후 시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효할 것”으로 봤다.
내달 13일에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예정돼있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지수 전체보다는 정책 관련 중소형주와 관련 테마주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중순께 시행되는 공매도 공시제는 기관의 공매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대비 공매도 규모 감소를 예상해볼 수 있다.
19일에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다. 높진 않으나 금리인하 가능성도 있으며 실제 깜짝 인하를 단행할 경우 증시의 탄력적 상승에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27~28일에는 미국 FOMC 회의가 있다. 여기선 달러강세를 압박할 수 있는 금리인상과 관련한 매파적 기조의 출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밖에 이벤트로는 북한의 태양절(15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21일)와 EU재무장관회의(22~23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위원회 회의(27~28일)도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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