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안방극장에 유난히 음악예능이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해 한 방송사에 한 편씩 존재했던 음악예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숫자를 늘렸다. 지난 한 해 방송된 음악예능만 15편 이상. 현재엔 MBC ‘복면가왕’을 필두로, KBS2 ‘불후의 명곡’, SBS ‘K팝스타5’, ‘신의 목소리-보컬전쟁’, Mnet ‘위키드’, ‘프로듀스101’,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아우른 가요 순위 프로그램 6편을 비롯해, 전통의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콭서트 7080’, ‘가요무대’(이상 KBS)에 음악 전문 프로그램 ‘EBS 공감’을 더하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가무의 민족’이다.
예능PD들은 “음악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원한 소재”라며, “세대를 관통하는 음악의 힘”을 높이 산다. MBC ‘나는 가수다’가 프로 가수들의 대결이라는 전무후무한 포맷으로 안방을 사로잡았고, 바통을 이어받은‘불후의 명곡’이 여전히 장수 중이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음악예능이 이토록 많이 쏟아져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기존 음악예능의 틀을 깨고 성공 키워드를 제공한 ‘복면가왕’의 힘이 적지 않았다.
‘복면가왕’엔 음악예능의 성공법칙이라 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춘 프로그램이다.
먼저 대결 형식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결 방식을 토너먼트 대결로 꾸미며 최후의 1인(가왕)을 가리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줬다. 기상천외한 이름을 붙인 화려한 복면을 씌워 출연자를 추리하도록 했다. 방송이 시작되면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가 총출동해 복면 뒤에 가려진 얼굴을 밝혀내기에 분주해진다. 시청자에게 참여의 공간을 열어준 예능 요소 덕분에 2주에 걸쳐 나가는 프로그램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흥행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잊혀졌던 80~90년대 음악을 통해 시청자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TV 시청층에겐 지나간 기억을 되돌리는 음악의 힘이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인 셈이었다. 지나간 노래를 아이돌 가수가 다시 부르니 세대 확장의 효과도 적지 않았다.
잊혀졌던 노래들은 음원차트도 석권했다. 헤럴드경제가 KT음원사이트 지니에 의뢰, 2015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리메이크 음원 상위 100곡을 의뢰한 결과 ‘복면가왕’은 무려 56곡의 노래를 차트에 올렸다. 이 프로그램이 1980년~2000년대 초반까지의 노래를 많이 선곡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고 있는 민철기 PD는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음악들이 대중이 알고 있는 곡이 많아 더 선호한다. 많은 세대들이 알고 있는 곡이라야 공감대가 커진다”고 말했다. 아이돌 팬덤이 지배하는 가요시장에서 솔로가수가 설 자리를 잃은 요즘 많은 가수들은 ‘복면가왕’ 무대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난 노래의 기억을 되살리는 시간을 공유한다.
출연자들에게도 ‘복면가왕’은 꼭 한 번 서고 싶은 무대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민철기 PD)는 감탄은 여전히 입증되고 있다. 매회 놀랄 만한 출연자가 등장하고, 대기 중인 출연자도 적지 않다. 가수 다나는 ‘복면가왕’ 출연을 위해 무려 8개월을 기다렸다.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은 매회 벅찬 감동을 전한다. 아이돌 가수들은 외모와 퍼포먼스에 가렸던 가창력을 재평가받고, 활동이 뜸했던 스타들은 이 무대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청자 앞에 설 수 있는‘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어 감사하다. 온전히 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였다”는 흔한 소감이 나오는 이유다.
‘복면가왕’의 인기와 더불어 방송사 예능PD들은 ‘음악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파일럿 당시 다소 조악하다 여겨졌던 프로그램의 구성은 정규편성 이후 말끔하게 다듬어지면 가창능력에 추리의 재미를 더해 시청자에게 참여공간을 열어줬다. ‘변주’에 성공한 음악예능이 방송가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PD들에겐 하이에나와 같은 습성이 있어 히트 콘텐츠를 발견하면, 그것을 변주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는다”라며 “음악예능의 경우 복잡하게 머리쓰지 않고, 음악만으로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힘이 커 어지간하면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기에 좋은 프로그램인 데다, 이미 성공사례를 봤기 때문에 앞으로로 더 나오게 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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