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가계와 기업의 소득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진 것은 2000년 이후 부터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는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일이었다.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외환보유액을 쌓으려면 경상수지 흑자를 내야 한다. 환율 등 모든 경제정책이 기업들의 수출 확대에 맞춰진 것도 그 이유다. 이 시기가 바로 총소득에서 기업소득의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한 때와 맞물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가계와 기업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2013년 기업의 ‘처분가능소득’은 80.4%나 증가했지만 가계와 개인사업자가 속한 개인 부문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6.5%에 그쳤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이 아무리 좋아져도 가계로 돈이 흘러들지 않는 ‘임금 없는 성장’이 계속됐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오지윤 연구위원도 지난해 말 펴낸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1990년대말 이후 급속히 진행되어 온 가계소득 비율의 하락이 민간 소비 확대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난해 5월부터 미국의 테이퍼링(양적 완화의 점진적 축소)과 맞물려 진행된 신흥국의 경제위기를 보면 평상 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적정수준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해 놓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는 모두 경상수지 적자국들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나라와 다른 길을 걸었다. 지난 3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543억4000만달러로 전달보다 25억5000만달러가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10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도 작년 수준 정도는 아니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급기야 IMF는 최근 공개한 ‘2013년 한국 경제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금 수준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과제로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성장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노출해 왔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불균형의 핵심에 가계와 기업간 소득격차 확대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정책은 가계와 기업간 소득격차를 시정하는데 맞춰져 있지 않다. 내수 확대를 위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것은 기업들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전부다. 기업의 투자 증가 →개인 소득 증가→소비 확대라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지 오래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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