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근로계약 관계라면 근로자로 인정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위임계약’ 맺은 계약직 직원도 업무에 대해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기간 실질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었다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임계약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사무 처리를 맡기는 형태로 설계, 감리, 법무, 추심업계에서 흔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는 신용정보회사와 추심업무 위임계약을 맺고 일정기간 일하다가 퇴직한 A 씨 등 3인에게 사용자였던 신용정보 회사가 퇴직금을 줘야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 씨 등 3인은 2005년부터 2011년 사이 각각 3년~5년 정도씩 B신용정보회사에서 위임계약을 맺고 입사해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를 맡았다. 계약은 6개월이었지만,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상호 협의해 연장하는 식으로 일했다. 이들은 퇴직을 하면서 B사에게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B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 등 사용자 피사용자 관계에서 일을 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사는 이들과 체결한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채권추심을 위한 위임계약에 불과하다며 퇴직금을 주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따라 A 씨 등 3인은 B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사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이 일하면서 B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하다 퇴직했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단이 달랐다. 위임계약 특성상 원고들은 추심실적에 따라 성과수수료만 받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겸업도 가능했다. 고용보험 등 사용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B사엔 원고들을 구속하는 취업규칙이나 내규가 없었고, 원고들은 B사가 지시한 것을 이행하지 않고, 추심실적이 부실할 경우라도 계약에 따라 수수료가 줄어드는 것 외엔 어떤 불이익을 받았다”며 “B사가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추심업무 지시하는 등 직접적인 지휘 감독의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또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원고들과 B사가 실질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었던 만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일단 원고들이 최초 계약기간은 6개월이었지만 반복적인 재계약을 통해 3년 내지 5년 동안 일하면서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B사로부터 수수료 차감, 다른 팀으로의 이동, 이미 배정된 채권의 환수, 새로이 배정될 채권의 감소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캠페인, 조기출근, 야근, 토요일 근무 등 B사가 업무 실적 향상을 위해 동참을 요구하는 각종 조치에 따랐던 점도 주목했다. 원고들이 받은 보수가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만 지급됐던 것도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 임금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B사가 원고들에게 업무 목표설정에서부터 채권추심업무의 처리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모든 과정을 시스템에 입력하게 해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감독했다”며 “원고와 B사 사이의 계약이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계약관계”라고 판결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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