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설계사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산재보험법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근로자들에게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나가는 차원에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자 하는 금번 개정안의 취지에 일면 공감이 간다.

당사자인 설계사의 입장은 무엇일까? 과연 산재보험과 단체보험 중 어느 것이 자신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는가이다. 두 상품간 전체적인 보장 수준 비교를 보험료 기준으로 보면 거의 맞다. 국내 대표적인 생손보사의 단체보험과 산재보험간의 2014년 보험료 수준을 비교하면 산재보험은 7만~10만원(회사 할인율 고려), 단체보험은 17만~31만원이다.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만을 보장하고, 보험료 부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반면 단체보험은 업무상 재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위험까지도 폭넓게 보상하고 보험료는 전액을 회사가 부담한다.

설계사가 받은 실질적인 보험혜택을 보자. 2012년 산재보험에 가입한 생보설계사 2만8028명 중 23명(수혜율 0.1%)만이 산재보험 수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단체보험은 가입자 15만7427명 중 1만8096명(수혜율 11.5%)이 보험혜택을 받았다(생보사 23개 자료 기준). 산재보험의 경우 업무상 재해 사망으로 인한 유족급여나 장해를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 유리하다. 그런데 산재보험과 단체보험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보상금액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이번 법률안이 통과된다면 보험사는 설계사에 대한 보험상품 제공을 단체보험 대신 산재보험으로 대체할 것이다. 과연 당사자인 설계사에 대해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줄여가면서 까지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을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회사 소속 설계사가 업무 수행 중 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보험 미가입으로 보장에 사각시대가 존재한다면 이는 보험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한다. 보험사는 설계사의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 정책적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보험산업은 최근 저성장 환경하에서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완화, 경쟁 및 혁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또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설계사의 법적 성격과 향후 설계사의 운영방침에 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자칫하면 이번 산재보험 당연적용 조치가 설계사의 성격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만을 조장할 우려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질적 대상자인 설계사의 의견은 도외시 한 채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

설계사 관련 정책은 국가적으로도 파급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자칫하면 영업조직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설계사 실직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 앞서 우선적으로 설계사들에게 직접 의견을 청취해 보기를 조언하는 바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