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은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거리다. 냉동캡슐에 들어가 수십년 잠들어 있다가 늙지 않은 채 깨어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주제다.
영화를 벗어난 현실에서 냉동인간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고 과일이나 채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몇 달 전 수확한 농작물의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잡은 이마트 후레쉬센터. 거대한 냉동창고를 방불케 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지난 10일은 비가 내리는 초여름 날씨였지만 센터 내부에선 초겨울 추위가 느껴졌다.
안에는 수확기에 수확한 수박과, 포도, 사과 같은 과일부터 배추, 양파 등 채소까지 갖은 농수산물이 잠들어 있었다.저장된 과일과 채소는 시장에서 해당 작물 시세가 출렁일 때 출하돼 시장의 가격 안정을 돕는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CA 저장 기술’ 덕이다. CA(Controlled Atmosphere)를 우리말로 하면 ‘공기조절 저장법’쯤 된다. 단순히 저온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보관 창고 안의 공기 구성을 바꾸는 기술이다.
일반 대기가 산소 21%, 질소 78%로 이루어진데 반해 CA창고 안은 작물에 따라 산소 3~7%, 이산화탄소 5~8%, 질소 85~92%로 설정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게 농작물의 노화를 막는 결정적인 비밀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수확한지 몇 달이 지난 과일을 먹어도 갓 수확한 것과 비슷한 맛은 물론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
박장대 이마트 후레쉬센터장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농산물 전문 유통센터인 후레쉬센터는 엄격한 관리기준을 토대로 품질검사를 실시해 양질의 농산물을 고객들의 식탁 위에 올려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마트 연구진들은 품종별, 기간별로 가장 이상적인 저장조건을 찾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 방대한 저장 조건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선함을 유지한 채 맛을 유지시키는 저장 방식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은 공급자인 농민들에게도 효자 역할을 한다. 가령 장마나 서리 등으로 농작물이 상품가치를 잃기 전에 후레쉬센터에 넘기면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박 센터장은 “후레쉬센터에서 처리하는 신선식품의 품목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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