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윤리의 실종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과장된 편집과 자막이 문제가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상파의 경우 ‘실수’가 잦고, 비지상파 채널의 경우 의도성이 컸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하는 제작진은 본분을 망각했다.

최근 새 시즌을 시작한 케이블 채널 엠넷 ‘쇼미더머니’는 지난 시즌 내내 이슈 제조기였다. 새롭게 시작한 시즌은 다행히도 아직까지 논란이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걸어온 지난 과정을 살피면 논란에 있어서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특히 지난해 방송한 ‘쇼미더머니4’는 방송통신심위원회의 최고 징계를 받았다. 비속어, 여성비하 랩가사, 출연자 기행 등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의 품격 상실이 문제였으며, 방심위 위원들은 무엇보다 제작진의 태도를 먼저 지적했다.

“이미 지난 세 번의 시즌동안 동일한 내용으로 프로그램 고지, 관계자 경고 등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방심위 위원들은 문제 삼았다. 논란을 부각시켜 이슈화하는 것은 물론, 개선은 커녕 부추기거나 방관하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MBC ‘진짜 사나이’은 종종 제작진의 과도한 의욕이 논란을 일으키는 방송이다. 지난해 여군특집이 대표적이다. 여성 출연자들이 남자 하사의 몸을 품평하는 장면마다 제작진은 해당발언을 고스란히 복기했고, 컴퓨터그래픽으로 더 부각시켰다. 남자 하사의 여자친구와 누나는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까지 남겼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종종 선을 넘는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는 개그맨들이 주축이 되지만, 코너를 검열하는 일을 PD와 작가 등 제작진의 몫이다. 특정 코너가 논란이 됐을 때 제작진의 불찰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연출자들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생각이다.

최근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충청도의 힘’에서 개그맨 장동민이 한부모 가정 자녀를 조롱하는 콩트가 방송까지 타게 된 것 역시 업계에선 제작진의 불찰을 먼저 꼽았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한 PD는 “코미디는 누구나의 경험과 공감이 바탕한 상태에서 웃음을 줘야한다. 회화를 하려면 권력자, 국가를 상태로 해야 통쾌한 웃음을 줄 수 있는데, 대상이 사회적 약자로 향했다”라며 “녹화현장에서 순간적인 웃음이 나왔다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며 떠올릴 땐 불쾌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걸렀어야 하는 것이 방송이 됐다. 제작진의 실수가 크다”고 말했다.

일련의 논란을 겪으며 존폐론까지 거론되자 최근엔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새 시즌을 시작한 ‘쇼미더머니’ 역시 논란보다는 감동에 초점을 맞춰보겠다는 입장이다. 엠넷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엠넷 역시 그간의 논란을 딛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착한 채널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정노력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 해결도 관건이다. 특히 수십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연자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편집 과정에서철저한 확인과 검열이 필수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이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선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입장이다.

정덕현 평론가 역시 이를 지적하며 ”리얼리티 쇼가 많아지며 자극적인 편집이 늘어났다. 통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재미에 대한 강박은 논란이 될 만한 장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 확충을 통해 여러 PD들이 편집본을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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