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2016년 상반기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는 우리경제가 하반기에는 재정과 소비, 고용 등이 일제히 악화되는 ‘트리플’ 절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이 본격화하면서 가장 어려운 ‘보릿고개’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보릿고개’를 통과한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인구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도 아직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개선이 지연되고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지 못할 경우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경제가 사상 초유의 늪지형 불황에 빠졌다며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재정 조기투입을 확대해왔다. 올 1분기에는 당초 계획에 비해 중앙재정에서 5조6000억원, 지방재정에서 8조3000억원, 지방교육 재정에서 4000억원 등 총 14조3000억원을 초과집행했다. 이어 2분기에도 조기집행을 지속해 상반기 중 재정투입 규모를 당초 목표치보다 6조6000억원 늘리기로 하고 집행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재정의 조기집행은 하반기에 쓸 예산을 앞당겨 쓰는 것에 불과하다. 재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재정 조기집행을 확대할 경우 하반기에는 별도의 대책이 없는 한 재정이 고갈되는 ‘재정절벽’ 가능성이 있다.
재정이 경제활동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재정투입 확대에 이어 기업들이 투자로 호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재정을 적극 투입했지만, 기업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을 확대집행하고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재정절벽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부진이나 구조조정 등은 법률상 추경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정부 재정과 함께 국내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민간소비도 하반기에는 급감세로 바뀌어 ‘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의 소비가 지속적ㆍ안정적으로 확대되면서 경제를 지탱하려면 소득이나 고용이 안정돼야 하는데 모두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000원으로 작년 1분기의 451만7000원에 비해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2% 줄었다. 실질소득이 지난해 4분기(-0.2%)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 1분기 가계 빚은 20조6000억원(1.7%) 증가, 총 1223조7000억원에 달하면서 사상최대치 행진을 지속했다. 대출심사가 강화된 은행권 대출이 주춤한 반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등 대출구조도 악화됐다.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빚이 크게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여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진작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하반기 소비절벽을 우려하는 이유다. 국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선 부채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선업종에서 수천명의 실직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감원한파는 하청업체, 협력업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지난 4월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증가규모가 평년의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하반기 ‘고용절벽’을 예고했다. 가뜩이나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면 고용 축소형 저성장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트리플 절벽을 뛰어넘기 위해선 신속한 구조조정과 개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한편, 성장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생산적 파괴’를 통해 거품을 걷어내고 경제에 새살이 돋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확장적 통화ㆍ재정 정책으로 경기를 일시 부양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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