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총 80조원에 달하는 조선업계 여신의 건전성 분류를 놓고 금융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관련,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24조가 넘는 대우조선의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처럼 이들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지금처럼 운용해도 되는 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조선업계에 들어간 여신의 규모가 너무 커 부실채권으로 분류했다간 어마어마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충당금을 준비 안했다가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 되면 은행이 휘청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신이 많이 물려 있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은 여전히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채권단이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 해양의 재무건전성 심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채권은행과 움직임을 같이 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경영정상화가 진행 중인 점과 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여신등급 재분류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여신 규모가 크지 않아 곧바로 여신 재조정에 들어가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적기 때문에 여신 재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여신등급을 정상ㆍ요주의ㆍ고정ㆍ회수의문ㆍ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정상’ 등급은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지만, ‘요주의’ 등급부터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각각 쌓아야 한다.

대우조선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해 온 데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6638%에 달했다. 올 들어 신규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대부분의 은행들은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 여신은 총 24조 3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8조9900억원, 6조3700억여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농협은행이 1조4200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KEB하나은행(8290억원), 국민은행(6330억원), 우리은행(4930억원), 신한은행(2800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대우조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심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가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봐야 한다”며 “지금 당장 여신분류를 변경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이 여신등급 조정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에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이들 세 곳의 은행장들을 지정해서 자리를 가진 후 얼마 되지 않아 조선사 여신 등급을 내리겠다는 자체가 밉보이기 쉬운 일 아니겠나”며 “부화뇌동하지 말고 주채권은행의 움직임과 함께 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