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20년간 집행없어 전문가 “국민감정 감안 법집행을” 일부선 석방없는 종신형 주장도
“극형으로 처벌 하라”, “감옥에서 먹일 밥값도 아깝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보루삼거리 부근. 60대 여성 등산객 A 씨에 대한 살인사건 피의자 김학봉(61) 씨의 현장 검증이 실시된 곳에 주변 시민들이 나와 한 목소리로 소리친 말이다. 김 씨가 등장하자 피해자 A 씨의 남편은 “15년형을 살고 나온 김 씨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안해서 똑같은 살인을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는 만큼 저런 인간은 사형을 시켜야 한다”며 절규했다.
7일 법률 및 범죄 관련 학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수락산 살인사건을 비롯해 강남역 공중화장실 살해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 범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법정 최고형량을 높여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제도는 법률상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김영삼정부 말기인 지난 1997년 12월30일 폭력조직 ‘지존파’ 23명에게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이후 20여년간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제엠네스티는 한국을 34개국과 함께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 살인이나 아동 학대를 통한 살인 등 흉악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다시 극형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법에는 사형제도가 분명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이 난 사형수를 그대로 두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에 가깝다”며 “잠재적 흉악범들의 범죄 의지를 꺾는 것과 동시에 흉악범을 일벌백계하고 사회로부터 가장 효율적으로 격리시켰으면 하는 국민 법감정을 고려할 때 사형 집행 재개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사형 집행이 실제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발생하는 흉악범죄의 동기가 대부분 계획되지 않은 충동이나 정신병 등에 의한 것이 많은 것을 볼때 사형 집행이 주는 경각심이 얼마나 흉악범죄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며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줘야한다는 관점이라면 석방없는 종신형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 등을 중심으로는 사형제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다수의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사형 제도가 있던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한 것에서 나타나듯 사형제도가 있는 국가와는 경제ㆍ정치적 교류도 하지 않겠다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인간의 존엄성 확보라는 관점 이외에도 국제 관계에서의 위상 제고를 이유로 사형제도 폐지 및 석방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가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7월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172명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지난 1999년 첫 발의 후 일곱번째다.
이런 가운데 입장을 절충해 흉악범죄를 예방하고 죄질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자는 의견도 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도 폐지를 전제로 도입될 수 있는 제도지만, 국민 법감정상 사형제도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 사형 폐지 상태인 현재 법 체계 속에서 사형 선고는 석방없는 종신형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사형을 선고해 경각심을 불어넣어줄 수 있으면서도 석방없는 종신형을 실제로 실시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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