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우리는 다음 주 화요일(14일) 마지막 경선지인 워싱턴D.C의 예비경선에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 후 사회, 경제, 인종, 환경 정의를 위한 우리의 싸움을 (7월 전당대회 장소인) 필라델피아로 가져갈 것이다” -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캘리포니아 경선 패배 직후 연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실상 승리’를 거머쥠에 따라 샌더스는 ‘사실상 패배’하게 됐지만 경선 완주 의사를 고집하고 있다. 이에 그가 백악관행 티켓은 힐러리에 내주더라도 다른 ‘전리품’은 챙기겠다는 계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샌더스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경선 완주 이유는 각 주의 투표 결과와 상관 없이 전당대회 전까지 지지자를 바꿀 수 있는 슈퍼대의원에 있다. 힐러리는 571명의 슈퍼대의원의 지지를 더해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2383명)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들의 마음을 돌리면 자신도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의 비주류인 샌더스가 핵심 주류 인사인 슈퍼대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시나리오는 실현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러리가 일반 유권자들의 표를 더 많이 얻은 상황에서 슈퍼대의원들을 끌어들여 전체 판세를 뒤집는다는 것은 샌더스의 기존 입장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슈퍼대의원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 비민주적이며 불공평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샌더스가 현 시점에서 진짜 노리고 있는 것은 경선 승리가 아니라 정치적 어젠다 실현 및 당내 지분 확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는 부의 공정한 분배, 월가 개혁 등 좌파적 어젠다 실현에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다. 비록 그가 직접 대권을 쥐지는 않더라도 힐러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실제 이번 경선 과정에서 샌더스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힐러리까지도 변화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힐러리의 정책 다수가 과거에 비해 중도주의에서 자유주의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고, 복지 혜택과 관련해서도 축소하자는 입장에서 깎지말자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뀌어 성소수자의 권리에 귀기울이게 됐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가장 후회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반성했다.
앞으로 전당대회까지 남은 기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힐러리를 압박해 대의원 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린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균형 외교 등에 관한 그의 정책을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할 수 있다.
당내 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무당파 유권자들이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히거나, 슈퍼대의원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당의 제도를 변화시키면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압박이 자칫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어부지리 격의 승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샌더스 캠프의 전략가 태드 디바인은 “샌더스는 확실히 트럼프에 반대하며,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할 것이다”라고 했지만, 힐러리는 현재 샌더스와 트럼프 양면의 협공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 주류 인사들은 힐러리와 샌더스 양측을 조율하면서 당을 단합시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양측과 전화통화를 하는 한편, 9일에는 백악관에서 샌더스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샌더스에게 당의 화합을 위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역시 같은 날 외회에서 샌더스와 회동하기로 했다. 이밖에 샌더스와 같은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중재에 나섰고, 샌더스 공개 지지를 선언한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 라울 그리할바 하원의원도 샌더스에게 현실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반대로 힐러리 측에는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샌더스의 지지가 필수적인 만큼 그에 대해 더 큰 배려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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