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만 지켰어도.. 생존자 더 많았을 것

[헤럴드생생뉴스]해양경찰청의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 수칙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이 사망ㆍ실종자가 300명이 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승객을 버린 선원들의 무책임이 1차 원인이었지만, 2차로는 해경이 구조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생긴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29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의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은 해상사고 발생시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선박의 설계도면을 입수해 현장 대응세력에게 전달하고 도면이 없는 경우에는 사고선박 구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해경은 선박 구조를 잘 아는 선원들을 우선 구조하면서 이들을 승객들의 구조활동에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목포해경은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께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조타실에서 이준석(69) 선장 등 승무원 15명을 먼저 구조해 육상으로 바로 인계했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발생한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건과 비교할 때 상당히 다른 조치다. 당시 해안경비대장은 배를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게 재승선을 지시, 안아있는 승객 현황을 파악하도록 강력히 조치했다.

세월호를 운항했던 이 선장 역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선장처럼 배를 버리고 탈출했지만, 해경의 조치로 육상으로 바로 나갔다. 물론 해경의 뒤늦은 호출을 받고 오후 5시 40분께 지휘함인 3009함에 승선하기는 했다. 잠수사들에게 선내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선장이 현장에 돌아왔을 때는 침몰 초기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지나간 이후다.

해경은 이와 관련 구조 당시 선원 여부를 파악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대거 구조됐고, 선원 작업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경의 설명은 충분치 못하다.

해경은 ’전복 사고 발생시 체크리스트‘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체크리스트는 승객 또는 선원의 퇴선 여부를 파악하고 구명조끼 착용 여부와 당시 상황을 확인해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경의 첫 경비정이 도착했을 때는 퇴선 여부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체크리스트대로 퇴선 여부를 확인했다면 300여 명의 승객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초동대응을 지금처럼 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즉 해경이 물에 빠진 승객을 구할 게 아니라 선체 내부로 진입해 퇴선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수온이 16도인 점을 고려하면 승객이 여객선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더라도 최대 12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해수온도에 따른 익수자의 생존시간은 해경 매뉴얼에도 적시돼 있다. 첫 해경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세월호가 좌측으로 50도가량 기울어진 상태였지만 승객이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경은 123정 방송으로 승객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구조를 위해 세월호 바로 위에 헬기가 떠 있었음을 고려하면 소음이 너무 커 세월호 내부까지 방송이 들렸을 가능성은 적다.

세월호에서 승객의 카톡 메시지 발송은 오전 10시 17분까지 계속됐다. 해경의 첫 경비정이 도착하고 47분이 지날 때까지 선체 내부에 있던 승객 300여 명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체크리스트만 잘 점검했어도 인명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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