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전세계를 짖눌렀던 신(新)고립주의가 역풍을 맞고 있다. 분노ㆍ세계화ㆍ이민ㆍ잃어버린 자존심ㆍ포퓸리즘 등에 힘입어 전 세계를 폭주하는 비정상의 열차에 태웠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모두 ‘대중’을 잃고 있다. 신(新)고립주의라는 거대한 조류 속에서 기존 체제를 뒤집을 정도의 힘을 얻었지만, 불관용ㆍ폭력성ㆍ인종주의를 잇따라 드러내며 반대 정서에 불을 지피며 스스로 화(禍)를 자초한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사흘 앞둔 20일(현지시간)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ORB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 가운데 EU에 잔류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53%로 떠나야 한다는 비율(46%)을 7%포인트 차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탈퇴 진영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세를 불려 한동안 잔류 진영보다 우세했지만, 지난 16일 조 콕스 의원이 ‘영국이 먼저다(Britain First)’라고 외친 남성에게 피살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이후 나온 여론조사는 모조리 잔류 진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탈퇴 진영은 콕스 의원 피살 외에 나치 선전 영화를 연상시키는 포스터로도 물의를 빚고 있다. 극우정당인 독립당이 공개한 이 포스터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들의 행렬을 배경 사진으로 하고 있는데, 나치 선전 영화가 유대인을 묘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에 잔류 진영은 물론이고 탈퇴 진영에서까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탈퇴 진영에 있었던 사예다 와르시 전 보수당 의장은 브렉시트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트럼프 역시 이달 초 멕시코계 판사는 ‘불공정하다’는 발언과 올랜도 테러 이후 했던 ‘무슬림 프로파일링’ 발언 등으로 인해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며 역풍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상 대선후보’가 된 이후 공화당 인사들이 잇따라 지지선언을 함에 따라 당내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잇따른 막말에 반(反) 트럼프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장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음에도 계속해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 대의원 수십명은 ‘대의원을 해방하라(Free the Delegates)’는 단체를 결성해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아도 되도록 경선 규정을 바꾸겠다는 뜻을 비쳤다. 공화당에 선거자금을 후원해온 ‘큰 손’들 역시 그에 대한 반감이 커 자금력도 열세인 상황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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