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다음 중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 명칭)를 불법점령한 나라를 고르시오”
20일 일본 초등학교 모의고사에 출제된 문제가 한반도를 발칵 뒤집혔지만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이는 예견된 문제였다. 문제 출시를 3일 앞둔 지난 17일 일본 정부는 강치(독도의 바다사자) 사냥의 역사를 독도 영유권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 그림동화책 ‘메치가 있던 섬’의 전자판을 일본 전국 3만 2000여개의 초ㆍ중학교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각관방 영토주권 대책기획 조정실은 이날 해당 전자도서를 독도에 대한 이해 자료로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모의고사에 ‘한국은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문제가 출제돼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4년 1월 교과서 제작지침인 중ㆍ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이며 “일본 정부가 불법점거하고 있는 한국에 항의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1년 동안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꾸준히 주장했다. 올 2월 22일에는 한 게임 개발팀이 시마네 현의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해 ‘다케시마 탈환’이라는 게임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메치가 있던 섬’은 2014년 동화작가 스기하라 유미코(杉原由美子)가 그린 것이다. 당시 일본의 내각관방 영토주권 대책기획 조정실은 동화 내용을 소개하는 스기하라의 영성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스기하라는 영상을 통해 “일본인이 강치와 어울리며 자유롭게 오갔던 다케시마는 한국의 이승만 라인에 의해 돌연 접근할 수 없는 섬이 돼버렸다”며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다. 에도시대부터 일본 고유의 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스기하라와 일본 내각관방 영토주권 기획조정실은 책을 영문판과 한국어판으로 번역해 각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캐롤라인 케네디 미국 대사는 스기하라에게 그림책의 영문판을 전달 받고 “(번역판을)보내줘서 고맙다”며 “아름다운 책이다. 대사관의 직원과 방문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안일하다”는 한국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본 당국은 2015년 영토 및 역사문제 관련 일본의 주장을 담은 정보발신 사업에 총 35억 9000만 엔(약 398억 8000만 원)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각 지역의 지일파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28억 8000만 엔(약 320억 원)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일본 내각관방 영토주권 대책기획 조정실은 일본 양원 본회의가 2006년 채택한 ‘다케시마의 영토권 조기 확립에 관한 청원’에 따라 연간 1억 엔(약 11억 원)의 예산도 투입해 시마네 현이 주최하고 있는 독도의 날 행사 및 정보발신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일본 초등학교 모의고사 문제에 한국은 분노했지만, 일본 네티즌들은 “당연한 지식이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일본 당국의 막대한 예산과 지자체, 그리고 민간의 노력 속에 일본의 초ㆍ중학생 대다수는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에 빼앗긴 땅”으로 인식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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