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참사에 분노 · 절망 토해내던 시민들, 안산 등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로…
“빗줄기는 그친 다음에도 빗줄기였고. 너는 이제 울지 못한다. 내게서 살지 않는다. 새벽녘 돌아왔을 때 빈방만 혼자서 울고 있었다. 온통 젖은 채 전부가 아닌 건 싫다고.” (허연, ‘참회록’ 중)
봄은 화사한 5월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이땅의 어느 누구도 잔인한 4월의 달력을 아직 넘기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6일째. 대한민국의 시계는 비극의 그날에서 멈춰 움직일 줄 모른다. 믿기 힘든 후진국형 참사에 충격, 분노, 절망을 토해내던 시민들의 발길은 이제 서울을 비롯한 전국 17개 도시에 마련된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말간 얼굴 아래로 새하얀 국화꽃이 차곡차곡 쌓이고, 분향소마다 노란 리본이 속절없이 흔들린다. 다시 찾아온 봄은 금세 이질적인 풍경이 되고 만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어른들은 떠나보낸 아이들을 바라본다. 눈물이 주루룩 떨어진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자꾸만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마음을 적은 노란 리본을 국화꽃에 묶지만 이내 탄식과 슬픔이 치밀어 오른다. 모두가 같은 심정이다.
구명조끼를 나눠입고 서로를 지켜줬던 친구들도 보름 만에 다시 만났다. 먼저 떠난 친구는 사진으로 여전히 웃고 있지만, 남겨진 70명은 함께하지 않았다는 고통에 말을 잇지 못한 채 울음소리만 낸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한 어린 학생들에게 다정했던 친구들과 선생님의 영정 사진 아래 서는 시간은 가혹하기만 했다.
슬픔의 줄이 길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 정부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은 끊임이 없다. 단원고 학생 등 170여명의 영정 사진과 위패가 안치된 이 곳은 지난 4월 29일부터 1일 오전까지 4만7045명이 다녀갔다. 단원고 생존학생들도 보름 만인 지난달 30일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임시 합동분향소 조문객들까지 24만3천여명이 이 곳에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쏟아냈다.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은 계속 됐다. 3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만3969명의 시민들이 이 곳을 찾았다. 세월호 사고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친 숫자인 302개의 기둥에 걸린 노란 리본엔 “아직 기다리고 있다”며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기다림이 남아있다. “나는 미안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뼈 아픈 다짐이 조문객들을 한마음으로 묶는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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