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것은 그만큼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내리 하향 조정했는데 올해는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예상했다. 내후년은 성장률이 1.8%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동력이 약화돼 1%대 저성장 국면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 절반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했다. 부랴부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인데 지난달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셈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을 보이자 서두른 것이다. 하지만 추가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금리 효과가 지연돼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침체 신호는 진작 나왔다. 올해 1분기에 1.3%의 깜짝 성장을 했지만, 2분기엔 -0.2% 로 급격하게 꺾였고 3분기에도 0.1% 성장에 그쳤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특히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로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여기에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0.4%), 생산(-0.3%), 설비투자(-5.8%) 등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 가능성이 희미하다. 주요 투자은행(IB)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1%대로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도 기존 2.2%에서 2.0%로 낮춘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선회하려는 것은 옳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은 재정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내수와 민생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요하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나 민생 활력을 위해 앞으로 재정은 좀 더 확실하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경기 침체와 구조적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시점에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소비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곳에 핀셋 지원을 하고 국가 경쟁력을 지킬 미래 산업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생산적인 재정 투자만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 포퓰리즘 예산을 걸러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돈을 안 들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특효약인 규제 완화도 신속하게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