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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
지난 2020년 12월 유튜버 ‘진성호방송’에 올라온 총선 관련 부정 선거 의혹 동영상. [진성호방송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꼽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이후 극좌와 극우를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유튜버들 사이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런 음모론을 대통령 담화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계엄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담화 초반부 야당을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현 상황을 ‘국가 위기 상황’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지난해 국정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 결과를 언급했다.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의 중요 이유로 꼽은 것이다.

“(선거 결과에서) 프로그램 조작이 있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 이후 유튜버 ‘신의 한수’ 방송 내용 중)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선관위 최고 관리자의 계정 정보 유출은 단순 관리 부실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 선거 조작을 위해 전개된 행동. 선관위 서버 포렌식이 필요하다” (21대 총선 이후 유튜버 ‘바실리아TV 방송 내용 중)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선관위 서버 조작이 (부정선거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표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일어났다”(22대 총선 이후 유튜버 공병호)

“선관위도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하여 지켜보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국정원, 선관위에 7번 공격 가하니 뚫렸다→부정선거 가능성?

한국인터넷진흥원 “선거 관리 전체의 위험으로 해석하기엔 한계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세계관은 이렇다. ▷국정원에서 선관위에 7번 공격을 가해보니 6번이나 뚫린 적이 있으니 올해 총선 등 선거에서 북한이 장난을 쳤다고 볼 수 있다 ▷투표관리인의 날인 없이 기표되지 않은 비례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투표지 분류기와 계수기에 외부와의 통신을 위한 모듈이 연결돼 있어 조작이 가능하다는 등등의 주장이다.

최근 떠오르는 부정선거의 강력한 근거는 윤석열 대통령도 제기한 ‘선관위 해킹 가능성’이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은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와 함께 선관위 합동보안점검 실시 결과에서 기인한다. 당시 국정원은 국제 해킹조직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해킹 수법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 내부망 해킹이 가능하고, 사전투표 및 개표 결과를 포함한 선거 관련 시스템 조작이 가능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 침투가 가능했으며 유권자 등록현황‧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사전 투표한 사람’을 ‘사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했다. 또 존재하지 않은 ‘유령 유권자’도 ‘정상 유권자’로 등록할 수 있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담화 시청하는 시민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

선관위 내부시스템에 침투해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청인(선관위 도장), 사인(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을 훔칠 수 있었고, 실제 사전투표 용지에 찍힌 큐알(QR) 코드와 같은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개표 시스템’의 경우 해커가 개표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해커가 인터넷으로 내부 개표 데이터베이스(DB)에 침투해, 특정 후보자의 득표수를 임의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투표지분류기를 해킹해 투표 분류 결과를 바꿀 수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당시 국정원은 이번 점검에서 선관위 내부망과 과거 선거에서 북한 등이 해킹한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점검에 참여한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지만 선거 관리 전체의 위험으로 빠뜨리는 것으로 해석하기엔 한계점이 있다”며 이번 합동점검 결과를 부정선거와 연관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제기, 자기부정과 다름없어…부정선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어제(12일) 선관위는 대통령 담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 입장을 내놨다.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제기된 부정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으며,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보안컨설팅 결과 일부 취약점이 발견되었으나, 북한의 해킹으로 인한 선거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일부 취약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실시 전에 보안강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선거에 있어서 부정선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하여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추어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 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13일에도 추가로 자료를 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선관위는 “위원회 서버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장비에 대한 점검에 불응하고, 일부만 허용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또 국정원의 해킹시도로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상황 하의 결과로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선관위 정보시스템의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 편 질 때마다 툭하면 나오는 부정선거 음모론…정쟁 극단화 보여줘

선관위 선거정보시스템 보안자문위원회 위원장인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투‧개표 과정에 수많은 사무원, 참관인 등이 참여하고 있고, 실물 투표지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개표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발견된 취약점을 확대 해석하는 것도 곤란하고, 선거 당시 그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가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곤란하다”며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이른바 ‘내편’이 질 때마다 불거지고 있다. 극좌 유튜버들 또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3.53%포인트 차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고 투표에서 이기자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김어준 방송인은 시민들의 펀딩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담은 ‘더플랜’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콜밴으로 유권자를 실어날랐다”, “기계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효표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해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2016년 6월에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부정투표 논란으로 봉인된 상태였던 서울 구로구을 선거구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열었는데, 투표 조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예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수가 바뀔 때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다”며 “정쟁이 극단으로 치닫으면서 당선자의 정통성을 흔들기 위해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공격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