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최악은 피했다”에 안도 목소리
비상계엄發 코스피 낙폭도 상당 부분 회복
여전한 높은 환율에 ‘외국인 컴백’ 기대낮아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최악은 피했다”라는 반응이다.
하반기 들어 힘을 읽었던 국내 증시는 본격적으로 상승 재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약해진 펀더멘탈(기초 체력)과 원/달러 환율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 시장은 탄핵안 부결과 재상정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함에 따라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불안했던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의 일정이 대략적으로나마 잡혔기에 이제는 탄핵 정국 자체를 가늠도 어려운 불확실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9일부로 불확실성의 정점과 증시 저점이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로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하고, 인용 시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는 등 일정 윤곽이 잡혔기에, 시장이 이에 맞춰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치 불안이 촉발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도 잠잠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코스피·코스닥 합산)는 지난 9일 1조2021억원을 기록한 뒤 차츰 줄어 13일 982억원으로 내려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 국면으로의 진입과 계엄 사태 수습 과정이 가속화되며 안정화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본다”며 “코스피는 2016년 탄핵 국면과 유사하게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에 따른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건은 바로 지수 상승 폭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비상계엄 사태 이전의 수준은 무리 없이 회복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2,494.46으로 장을 마치며 비상계엄 사태 전인 3일 종가(2,500.10)를 상당 부분 회복했고, 코스닥은 693.73으로 사태 전(690.80) 수준을 이미 넘겼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기대감에 두 지수 모두 지난 10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상승한 결과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시장에 이미 탄핵안 가결 상황이 선반영됐고, 앞으로의 주가 방향성은 다시 국내 증시 체력과 경기 여건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수의 강한 상승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내년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까지 1,430원대로 치솟아 외국인 수급 여건이 한층 악화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 13일까지 9146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순매도 전환한 후 5개월째 총 20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최근 순매도 규모가 다소 줄긴 했으나 대형주보다는 낙폭 과대 종목에 대한 저가 매수세라는 점에서 큰 의미을 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이전부터 국내 증시를 떠나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투매는 사그라들었지만,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인 투자자가 많아진 점도 악재다.
지난달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매수+매도액)은 635억달러(91조원) 규모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정치 불안이 야기한) 개인의 공포 심리는 완화됐지만, 지수 자체가 우상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