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성추문과 부패 혐의해도 불구하고 정치생명을 이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이탈리아 여성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3명의 베테랑 여성 판사에게 재판이 맡겨져 이번 만큼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재판부는 15일 미성년 나이트클럽 댄서와의 성매매 및 권력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해 오는 4월 6일 첫 심리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지난 9일 요청한 조기 재판을 법원이 수용한 것이다. 조기 재판이란 이탈리아 형사소송 절차 가운데 하나로, 용의자의 범행 사실이 분명해 보이는 사건 등에 대해 사전 청문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본 재판을 시작하는 것이다.

재판은 줄리아 투리, 오르솔라 데 크리스토포로, 카르멘 델리아 등 3명의 여성 판사에게 맡겨졌다.

총리의 미성년 성매매 추문은 이탈리아 여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휴일인 지난 13일에는 로마와 팔레르모, 트리에스테,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에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성 수남 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총리의 행동이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여성판사 3명에게 재판이 맡겨진 것은 심상치 않다. 세 명의 여판사 중 줄리아 투리는 정치ㆍ경제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자주 다뤄온 베테랑 판사다.

그녀는 지난 2009년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연루된 탈세 사건을 기각한 바 있고, 지난해 7월에는 밀라노 나이트클럽에서 마약인 코카인을 상습적으로 사용해온 고위층 인사에 대해 가택연금을 명령한 바 있다.

때문에 베를루스코니 총리 측 변호사 니콜로 게디니는 이번 재판을 고위 공직자 관련 사건만을 다루는 특별법정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법원이 4월 6일 조기재판을 개시하기로 한 데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 14일 TV 대담에서 13일 일어난 여성들의 거리시위를 “좌파 특정세력들이 동원한 정치집단”이라며 폄하했다.

올해 74세인 베를루스코니는 댄서 카리마 엘 마르구(일명 루비)가 17세로 미성년자였던 지난해 2월부터 5월사이 밀라노 외곽 아르코레에 있는 저택 등에서 성관계를 갖고 대가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소매치기 혐의로 밀라노 경찰에 체포된 루비를 석방시키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루비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의 조카라며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베를루스코니는 3년에서 12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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