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날개에 숨긴 칼 (2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네비게이션을 따라 목포 선착장에 도착한 현성애는 수소문 끝에 인근에 위치한 해양놀이공원을 찾을 수 있었다. 말이 놀이공원이지 ‘사랑의 무인도’를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1km는 떨어진 곳으로 푼돈을 받고 30분씩 모터보트를 태워주는 소규모 사설 업체였다. 널빤지에 폐타이어를 엮어 물에 띄워놓고 그 위에 낡은 철제 책상 하나만 달랑 들여놓았을 뿐, 주변에서는 말리려고 늘어놓은 생선 비린내만이 진동하는 그런 곳이었다.
“아저씨, 그러니까 빤히 보이는 저 섬에 잠깐 태워주고 다시 데려다주는 대가로 20만 원을 드린다잖아요. 기름이 닳아봐야 겨우 소주 한 병 만큼이나 될까요?”
“글쎄, 그렇긴 하지만… 저 섬은 다른 업체에서 아도를 쳤다고요. 그 업체 허락 없이 저 섬에 드나들다가 들키는 날엔 내 입장이 곤란해져요.”
“아도 치는 게 뭐예요?”
“다른 배는 못 들어가게 한다는 말이지요. 자기네가 따로 접수해서 돈 받은 사람들에게만 빌려준다나 뭐라나.”
“아, 그런 말이군요. 어쨌거나 아저씨! 이 돈 얼른 집어넣으시고 한 나절 동안만 저를 섬에 내려주세요. 그 젊은 부부들 눈에 띄지 않도록 제가 조심할게요.”
“허 참, 아무리 돈이 탐나도 남의 떡을 허락 없이 홀랑 집어먹을 수는 없지. 그건 도둑질과 다름없다고요. 안 그래요?”
이를테면 현성애는 모터보트 대여 업자에게 뒷돈을 찔러주며 사랑의 무인도에 불법으로 데려다 달라고 흥정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고 그럴수록 그녀의 애간장만 녹을 뿐이었다.
“좋아요. 그럼 30만원 드릴게요. 한 나절 동안에 30만원 벌이가 어디 쉬운가요? 겨우 10분 거리에 태워주고, 다시 태워오기만 하면 되는데 아저씨, 땡 잡는 거 아니에요?”
“30만 원? 허 참… 이걸 어쩌나.”
“까짓 거, 눈 질끈 감고 한 번만 태워주세요. 그 대신 절대로 섬에 들어가 있는 젊은 부부에게 들키지 않도록 할게요. 아저씨만 사랑의 무인도 운영 사무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면 돼요.”
“좋습니다. 내 몸 조심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고…, 만약에 아가씨가 들키는 날엔 직접 책임지세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알았어요. 약속할게요.”
이렇게 찰떡같이 약속을 한 이후에야 그녀는 모터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원래 사랑의 무인도란 것이 둥근 호떡처럼 생겨먹어서 모터보트를 타고 멀리 나가서 섬 뒤로 돌아 들어가면 아무도 눈치 챌 수 없을 것이었다. 30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인가? 평생 땅을 판들 30만 원을 캘 수 있을까? 모터보트 대여 업자는 이런 생각에 에라, 모르겠다. 질끈 눈을 한번 감아주기로 했던 것이다.
“자, 다 왔습니다.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나는 정확히 세 시간 후에 이 장소로 찾아올게요. 그리고 궁금해서 묻는 말인데… 이 섬이 뭐가 좋아서 30만 원씩 주고 찾아옵니까?”
“운영 사무실을 통해서 오면 100만 원이나 들잖아요? 어차피 한 번은 꼭 와보려고 했던 곳이라고요.”
그녀는 이렇게 둘러대며 모터보트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일단 도착 장소를 잊지 않기 위해 커다란 돌멩이 세 개를 모아 표시를 해놓은 뒤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은 섬이지만 비탈을 오르니 산천경개가 눈앞에 훤히 펼쳐졌다. 모터보트로 불과 10 여분 달려온 것 같은데도 육지는 저만치 멀리에 검푸른 색을 띄고 엎드려 있었다. 그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아래를 굽어보면 넘실넘실 하늘보다 열 배는 짙은 남색물감 위로 파도가 하얗게 머리를 풀어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 문득 혼잣말이 터져 나올 수밖에.
“이 좋은 곳에서 둘이 홀랑 벗고 노닐어? 어디 두고 보자.”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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