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속 새삼 부각되는 경영의 달인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락에 국내외 기업의 경영환경이 카오스(Chaosㆍ혼돈)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재정파탄 위기에 몰린 유럽 국가들로 고개를 돌리면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가깝다. 모든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그렇다고 절망만 할 것인가.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거센 폭풍우 속에서도 살아남는 지혜와 돌파력, 척박한 땅에서 신성장동력을 캐내는 기업가정신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런 점에서 거센 덤불을 헤치고 당당히 ‘전진(Go)’을 외칠 수 있는 ‘언(Un) 리더십’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외, 그리고 기업규모를 막론하고 ‘Un 리더십’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강하다. 극도의 위기를 극강의 기회로 바꾸는 위기탈출의 경영 리더십엔 모두 ‘Un’이 자리 잡고 있다.

‘Un’은 영어의 접두사로 ‘부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Un’은 상식 파괴이자, 과감한 발상을 뜻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서부터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등 요즘 잘나가는 경영자의 공통점이 바로 ‘언(Un) 리더십’이다.

스티브 잡스 CEO는 언씽킹(Unthinking) 경영으로 세계시장을 쥐고 흔든다. ‘언씽킹’은 올해 초 출간돼 경영 및 마케팅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책 제목. ‘무모하거나 생각이 없는’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전에 옳고 바르다고 믿었던 생각(thinking)과는 다른, 본질적으로 최선인 생각’을 말한다. 잡스가 아이폰 화면에 어린아이들이나 좋아할 법한 유치한 색깔을 넣어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사고의 출발이 바로 언씽킹이다.

이건희 회장은 언논(Unknown)의 경영자다. 잘 모르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과감히 선택한 개척자다. 품질이나 고객 앞에서 타협은 없다. 지난 95년 3월 9일, 불량 휴대폰에 대해 리콜이 아니라 전량 폐기 화형식을 선택한 강단과 혜안, 우직함은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의 모험경영은 삼성의 줄기찬 생명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 중 하나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언익스펙티트(Unexpected)라는 화두를 던졌다. ‘의외의’ 자동차가 아니라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라는 의미다. 차별화된 가치와 품격을 높인 놀랄 만한 신상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정몽구 회장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Un 리더십’의 위력은 다른 유능한 경영자에게서도 발견된다. 미래 인간관계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Unseen) 새 양상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하고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설립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마크 저커버그가 대표적이다.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무한한(Unlimited) 기획력으로 실력 있는 아이돌 그룹들을 길러내 전 세계에 신한류 열풍을 몰고 온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펭귄을 소재로 성공에 대한 멈추지 않는(Unstoppable) 확신으로 뽀로로 캐릭터를 만들어 ‘뽀통령’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도 Un 리더십의 전형이다.

차동욱 성균관대 교수(경영학)는 “‘Un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들 CEO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통찰력, 한번 결정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 그리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에 바탕을 둔 열정과 도전의 ‘Un 리더십’은 시대를 불문하고 유효하다는 점이다. 갈수록 열악해져 가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려면 지금이라도 ‘Un 리더십’을 장착해야 할 것 같다.

김영상ㆍ이충희ㆍ문영규 기자/hamle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