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대강사업은 이미 자정을 막 지나 0시2분이지만 그래도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한다.”
최근 방한해 라인강, 다뉴브강, 누아르강 개발사업의 실패와 재복원 노력 과정을 국내에 설파하고 있는 세계적인 하천전문가 헬무트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헤대학 교수가 18일 국회를 찾았다.
4대강 공사현장을 둘어본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날 오전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시대착오적 4대강공사 중단’을 권고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오후에는 국회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남의 나라 일인데도 그가 방한중 보인 행보와 표정에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절절함이 배어있었다. 그는 4대강 현장 답사 중 “독일과 프랑스가 강 개발과 준설, 댐(보) 건설에 따른 잘못을 고치기 위해 지금도 엄청난 돈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한번 빗나간 짓을 시작하면 계속 빗나간 짓을 더 하게 된다”는 말도 남겼다.
파헤쳐진 4대강을 보고난 뒤 관람한 ‘강의 눈물’ 공연직후 주최측이 인사말을 청했을때였다. 그는 연단에 올라 무언가 감회를 말하려다 머뭇거리더니 결국 심호흡으로 억누르려던 감정을 왈칵 쏟아내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 이상의 인사말과 격려는 없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강의 눈물’은 바디페인팅 아티스트 배달래씨 등이 참여해 4대강 개발로 파괴되는 강, 사라진 꿈과 희망, 생명의 죽음, 원상회복에 대한 열망 등 내용을 담은 행위예술이다. 전국 순회공연이 몇달째 이어지고 있다.
‘4대강사업의 홍수 및 재해 안전성 진단’이라는 제목의 국제심포지움이 열린 18일 오후 국회도서관 421호 강당은 서서 참관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여기서도 베른하르트 교수는 두 팔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남의 나라 일인데 방문객이 이렇게 충고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 겸연쩍을 표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먼저, 원래 우리 하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강을 본 적이 없었다. 자연은 우리보다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강을 어떻게 복원한다는 것인지….”라며 운을 뗐다.
베른하르트교수는 “습지와 퇴적물은 너무나 중요한 강의 구성요소이며 이것이 물가에 자생한 나무와 함께 홍수를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돌아보니 강의 백사장이 사라지고 둔치엔 전혀 맞지 않은 나무들이 심어져있다. 준설로 하상이 단조로워지면 유속이 빨라지고 홍수위험은 그만큼 더 커진다. 보가 설치된 곳은 유속이 늦어져 생태환경이 바뀌는데, 자연하천에 손댄 독일의 강에서는 개발사업후 34종 중 6종만이 남고 28종이 멸종되는 상황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1977년 라인강 개발사업이후 1980년대, 1990년대 들어 전에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홍수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면서 “한국정부가 완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홍수피해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완공되고 나면 독일의 전철의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개발되지 않은 강은 그대로 보존하고 ▷개발 등으로 훼손된 것은 복원한다는 유럽연합 물관리지침과 라인강 다뉴브강변에 개발때 쌓은 인공 사석 물벽을 없애는 등의 재복원 노력을 소개한 뒤 “한국의 개발현장을 둘러보니 자정을 막넘긴 0시2분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으며,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에 대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동안 이 영상물에 등장하는 강변마을 소녀의 표정과 말을 유심히 보던 베른하르트 교수는 소녀가 “뗏목을 타고 놀기도 하고요, 모래밭에서 간식도 먹었어요. 물억새는 이쁘고...자연을 느낀다고 할까...”라며 밝게 웃는 대목에서 소년같은 미소를 띄웠다. 그는 소녀가 “트럭 포크레인이 물억새 다 깎아놨구요. 모랫길도 보이지않고 나무도 다 눕혀져 있어...답답하고 기분이 우울하다”면서 슬퍼할 때면 자신도 침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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