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2개월이 되어 가지만,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체감효과가 적다는 반응이다. 일부 품목은 5~7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데다 즉시 철폐 품목도 유럽 수출비중이 적거나 현지 생산비율이 커 관세 인하효과가 기대 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도 30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제11차 유통위원회’에서 “한-EU FTA가 상품가격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소비ㆍ문화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면서도 “한-EU FTA로 인한 가격 인하효과를 체감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한ㆍ미 FTA 역시 섣부른 낙관 보다는 발효 이후 현장에서 나타날 실제상황을 미리 잘 점검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대 수혜품목 자동차ㆍ전기전자 효과 "아직은..."=FTA 체결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FTA 직후 1~5년간 자동차와 전기전자는 각각 10억7200만 달러와 3억4500만 달러의 수출 증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FTA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의 경우 르노삼성의 유럽 수출이 다소 늘긴 했지만, 메이저 브랜드인 현대차는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FTA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유럽산 차량 역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6월 67.12%에서 7월 67.42%로 0.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자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휴대폰의 경우 FTA 발효 이전부터 관세가 없었고 1~2%대의 관세가 부과됐던 세탁기, 에어컨 등도 대부분 역내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돼 관세 인하 및 철폐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에서, LG전자는 폴란드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유화ㆍ정유는 업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데다 그 중에서도 유럽 비중도 적어 관세인하 실익이 없는 상태다.▶의류ㆍ화장품, 유럽 브랜드 진출은 많지만...=의류나 화장품의 경우 유럽산 제품들의 공세로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업계의 특성상 가격을 내리기가 사실상 어려웠던 것이다.
의류 시장의 경우 이미 국내에 진출한 ZARA, H&M 등 유럽 의류 브랜드들은 원래 저가 전략을 펴온 탓에 FTA로 인한 가격인하 여력은 거의 없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봤다. 일부 명품 의류와 화장품 등은 브랜드 별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관세 인하가 제품 가격인하로 연결되기 힘들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의약품의 경우 FTA 체결 이후 유럽계 제약사들이 국내에 연구소 및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규모가 워낙 적은데다 제품 가격이 정부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FTA로 인한 약가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와인 가격인하는 9월부터 가능할 듯=FTA 발효와 함께 15%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와인은 아직 재고 물량이 남아있어 실질적으로 FTA로 인한 가격 인하요인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일부 업체들이 FTA 발효 이후 가격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는 관세 철폐 효과가 아니라 재고물량 떨이 및 추석 선물수요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업계에서는 FTA로 인한 관세 철폐 효과는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 물량을 소진한 업체들이 9월이나 10월부터 유럽지역 와인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EU산 와인이 5~15% 가량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산업부/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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