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화된 재정위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제 공조를 통해 유로존 금융권에 달러를 풀면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ECB가 달러 가뭄에 시달리는 유로존 은행권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자, 전세계 금융시장도 일제히 반기고 있다. 그러나 당장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않다. 이 가운데 이번 주말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중대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달러공급 효과는 과연= ECB는 15일 올 연말까지 달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유로존 은행에 달러를 3개월 단위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로존 은행들이 재정위기로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시장에서는 ECB의 이날 발표를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세계 경기를 더이상 악화시킬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외환 전략가인 벤야민 슈뢰더는 “ECB가 은행들이 달러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간파했다”며 “ECB는 상황이 더 악화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유럽 은행들이 자금 부족으로 파산할 위험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연말까지 한시적인 대책일 뿐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간 공조가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해 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연말까지 ECB에 의존하는 유로존 은행권이 근본적인 자본조달 압박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다이와캐피탈마켓의 크리스 스키클루나 경제리서치 부대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유동성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작은 문제 중 하나”라며 “재정위기에 대응할 궁극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은행들의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CB의 국채 매입에 반발해 사표를 낸 위르겐 스타크 ECB 이사도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유동성을 많이 공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장기적으로 유로존에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 중대고비=이번 주말 폴란드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에서 도출되는 결과에 따라 유로존 재정위기가 분수령을 맞을 수 있기 때문.

이번 회담에서는 그리스 등 유로존 회원국의 재정위기와 경기 부양책,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부도설에 시달리는 그리스에 대한 대책이 원만하게 타결될 경우, 유로존도 재정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프랑스와 독일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유로본드 발행이나 유럽재정안정기금(ESFS) 확대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례적으로 참석한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미국이 유로존 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은 가이트너가 이번 회담에서 EFSF 증액 등을 유로존 장관들에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회담 참석을 앞둔 14일 가이트너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유럽 위기에 유럽 각국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유럽국가들이 힘을 합치면 자체적으로도 지금의 소버린 부채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데도 각국이 이를 꺼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