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前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권력실세 눈총 받아가면서도

송광수총장 뚝심 박수갈채

MB맨·친인척등 잇단 의혹

성역없는 수사가 檢의 본분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를 계기로 온 국민의 시선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도 갖가지 의혹에 대해 내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상황을 지켜보면서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국민의 뇌리에 숱하게 각인된 ‘학습효과’ 때문이다.

서너 달의 ‘먼지털이’식 추적을 거쳐 2003년 말 수사를 마무리 짓고 청와대 송년회에 참석한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너무 심하게 파헤친 것 아니냐”는 권력 실세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송 총장은 2004년 초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칼을 하도 많이 써서 그런지 신정 연휴 때 부엌일을 돕던 중 생닭을 자르려고 식칼을 들었다가 하도 칼이 잘 들어 손가락까지 배었다”며 당시 ‘너무도 잘 들었던 검찰의 칼’을 자신의 에피소드에 얹어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은 송 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현 대법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팬클럽이 생겼으며 ‘더욱 힘내라’는 뜻으로 산소마스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검찰의 정의가 제대로 구현된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이 회장의 폭로 이전에도 몇 건 있었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팀장을 지낸 은진수 전 감사위원, 청와대 정무1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국방 개혁을 주도했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등이 쇠고랑을 찼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실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늘 정의롭지만은 않았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 두 개 정권에서 세무를 총지휘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한동안 뭉그적거리다 그의 해외 도피를 멍하니 바라봐야만 했다. 싱싱한 증거 확보 실패 후 한 전 청장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지난해 8월 중순 천 회장이 도피성 출국을 한 지 10여일 후에야 40억원 제공자를 소환했고, 10월 말에야 천 회장 회사를 늑장 압수수색을 했다. 실세 연루설이 제기된 태광 수사 때엔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이 유출되기도 했다.

요즘 신 전 차관뿐만 아니라, 4대강 이권 사업에 개입한 혐의로 이 대통령의 사촌형을 비롯해 P, K, H, L 씨 등 자고 나면 새로운 인물이 거론된다.

그래서 다시 검찰의 행보에 국민의 시선이 모아진다.

1992년 이탈리아 검사들이 벌인 부패추방 운동인 ‘마니풀리테’가 그 나라 국민의 엄청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송광수, 안대희 검사가 2003~2004년 ‘한국판 마니풀리테’로 불린 점을 검찰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사법 개혁, 수사권 조정 등 과정에서 검찰권 확립이 정의수호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왔던 검찰이다. 부조리로 직면한 권력의 위기는 검찰권 확립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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