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시작된 ‘역사 바로 세우기’, 2004년에 종결된 ‘차떼기 심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10년 전성기’를 주도하던 ‘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7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오퓨런스 빌딩에서 열린 홍만표(사시 27회) 전 검사장의 변호사 개업식에서 였다. ‘조폭 저승사자’, ‘민생 돌보는 검사’로 불리던 문세영 전 전주지검 부장이 오랜 투병 끝에 작고한 다음날이라 홍 변호사는 소박하게 테이블 두 개에 다과를 차려놓는 소연(小宴)으로 치렀다. 그가 15년 이상 수도권 임지를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로, 상급자들이 멀리 보내려 하지 않았던 ‘잘 드는 칼’이었기 때문인지, ‘그때 10년’ 권력형 비리를 단죄했던 내로라 하는 ‘스타 검사’들은 잊지 않고 찾았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참여정부 실세들의 비리를 끝까지 추적했던 송광수(13회) 전 검찰총장은 특유의 ‘빙그레’ 미소와 함께 건강을 물었고, 특수수사 분야 홍 변호사의 스승이자 권력형비리 수사기법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성호(16회) 전 법무장관이 뒤를 이었다. 김 전 장관은 1995년 서울지검 특수3부장시절 홍 검사를 데리고 수천억원의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해 ‘역사를 바로 세웠던’ 인물이다.
앞서, 미리 와 있던 17회 동기이자 절친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이종왕 변호사가 선배인 송 전 총장과 김 전 장관을 맞았다. 이 변호사는 옷 때문에 옷을 벗었다. 1999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시절 ‘옷 로비’ 사건에 연루된 DJ정부 권력실세에 미온적인 단죄의지를 가졌던 검찰수뇌부에 반기를 들고 정든 검찰을 떠났다. 이 변호사가 당시 조직에 남아있었다면 17회 검찰총장은 아마 정 전 총장과 이 변호사 간 ‘우정의 맞대결’이 됐을 것이라고 후배들은 입을 모은다.
정 전 총장은 “사는 게 뭐 있는가. 입에 풀칠할 수 있거든 고향인 강원도에 여행이나 자주 다니게”라고 홍 변호사에게 덕담을 건넸다. 정 전 총장은 검찰내 후배의 신망이 두텁고 평검사 시절 이철희, 장영자 부부 사건을 맡아 탁월한 수사능력을 보였다. 그는 과중한 업무 때문에 자주 보지 못하는 자녀들을 어쩌다 마주하게 되면 다양한 놀이를 즐기는 자상한 아빠이다. 스무고개 문답식으로 상대가 숨은 곳을 찾아가는 ‘상상 숨박꼭질’을 개발하기도 했다.
문영호(18회)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김성호(16회) 전 장관-안대희(17회) 대법관과 함께, 중수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차례로 역임했던 당대 특수수사 트로이카 중 한명이다.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맡아 2757억원의 비자금을 추적하고 낱낱이 추징했다. ‘차떼기’를 심판해 국민적 스타로 각광받던 안대희 현직 대법관은 이날 소연에 참석하지 않았다. 홍 변호사가 중수2과장을 지낼 때 중수1과장으로 호흡을 맞추던 유재만(26회)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았다.
특수수사통들이 수사로 나라의 기틀을 세울 때 문성우(21회)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최교일(25회) 서울중앙지검장, 성영훈(25회)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이석수(28회) 법무법인 승재 대표 등은 검찰 제도개혁을 통해 검찰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던 주역들. 이들은 이날 소연에서 검찰의 옛 영광을 회고하기도 했다.
안창호 서울고검장과 홍 변호사의 동기인 김경수 서울고검 차장은 업무를 모두 마친뒤 조금 늦게 소연에 합류했다. 안 고검장은 1999년 법무부 특수법령과장 재직 때 남북경협 합의 남측 실무 대표로 참여해 남북화해를 물꼬를 텄으며 ‘균형잡힌 공안’ 검사로 신망이 높다. 김 차장은 최재경 중수부장, 홍 변호사와 함께 검찰내 27회 트로이카로 꼽힌 특수수사의 베테랑이자 기획에도 능하다.
안 고검장, 최 지검장, 김 고검차장을 제외하곤 모두 검찰조직을 떠났지만, 이들은 오랜만에 대면한 소연에서 친정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한 목소리로 기원했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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