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처리로 존재감 상실

야권통합 놓고 내부분열

시민들에게도 외면당해

모든 일정 보이콧 했지만

예산안 합의처리 공감대

한ㆍ미 FTA 비준안 강행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에 공세를 퍼붓던 민주당이 ‘국회’에서도 ‘거리’에서도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민주당이 여당의 강행처리를 막을 의지조차 없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당내 산적(山積)한 갈등으로 인해 ‘한ㆍ미 FTA 정국’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한 지도부의 무능도 비판 대상이었다. 여당의 한ㆍ미 FTA 강행처리를 계기로 야권 통합의 필요성이 대두된 ‘호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야권통합을 놓고 내부 분열만 되풀이할뿐, 거리의 성난 시민들로부터도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이후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상태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처리의 법정기한(12월 2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장외투쟁만 할 수 없다는 것이 당내 공감대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여당의 단독 처리로 넘길 수 없고, 민주당의 지역구 복지예산도 챙겨놔야 하는 상황. 정해진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는 불가능해도 합의처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의원은 2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모두 의원직 사퇴하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남아있다. 장외투쟁보다는 국회를 지키면서 투쟁하는 게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던 ‘야권 통합’도 생각보다 속도가 안 붙고 있다. 23일 오후 열린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는 454명 중앙위원 중 247명의 위원이 참석, 통합 방식을 놓고 격론을 펼쳤다. 손학규 대표 측은 12월 17일 통합전대를 열고 단일 지도부를 선출하자고 주장했지만, 박지원 측은 선(先)독자전당대회, 후(後)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6시간반 넘는 ‘마라톤 회의’에도 지도부가 제안한 통합안은 끝내 당내 동의를 얻지 못했고, 27일 다시 중앙위원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날 중앙위 위원들의 거센 항의도 이어졌다. “손학규 물러나라”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 “목숨 걸고 지킨 정당인데, 이 모양으로 만들었냐” 등 당 지도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는 등 다시 한 번 민주당 내 분열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이 야권 통합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을 때, 같은 시각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60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 반(反)FTA 시위를 벌였다. ‘한ㆍ미 FTA 반대’의 기치를 내걸고, 시민들과 한목소리를 내야 할 민주당은 거리 시위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이날 공지영 작가(@congjee)는 트위터에 “전두환 때 민한당 유치송 이후 손학규 같은 야당 처음 봅니다. 잘 몰라서 묻는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는 글을 올려 무력한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존재감을 잃어버린 민주당의 공백은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팀이 채웠다. 이날 오후 8시30분께 김어준 씨와 정봉주 전 의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나꼼수 팀은 반FTA 시위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나타났다. 정 전 의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의 칼을 뽑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