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바람 부는 길(1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아들이면서 애물단지인 유호성이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꼴찌를 하고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소식은 신희영을 열 받게 했다. 아들을 향한 내리사랑이 남아있었다고나 할까? 하물며 그녀를 더욱 열 받게 한 소식은 한낱 유호성의 코-드라이버였던 전진후가 거성그룹에 당당히 스카우트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럴 리가 있어?”
“확실한 정보입니다. 게릴라 레이싱 대회라나? 뭐라나… 하여간 스키장 꼭대기에서 차를 몰고 내리꽂는 희한한 자동차 경주에 대비하기 위해 거성그룹에서 필사적으로 스카우트 한 사람이 바로 전진후랍니다.”
“필사적으로? 눈이 뼜군요. 거성 사람들. 하긴 우리 호성이는 그따위 회사에서 와달라고 빌어도 안 갔을 거야. 미쳤어? 불에 그을은 똥차를 몰게? 모르긴 해도 그 애는 혼자 뛰겠다고 했을 거야. 코-드라이버 따위는 없어도 될 만큼 충분한 실력을 갖춘 선수거든요? 그러니 분명 단독으로 출전신청을 했을 거라고요.”
“코-드라이버 없이는 출전 불가예요. 자격 미달입니다. 우승팀 상금이 3천만 달러나 되고, 드라이버에게는 추가로 10년간 연금이 지급된다는데… 그런 큰 경기에 자격미달로 참가를 못하니 유호성 선수도 속이 쓰릴 겁니다.”
“그래요? 그런 바보 같은 경우가 있나. 아무나 코-드라이버로 심어놓고 출전 신청을 하면 될 것을.”
“아마 전진후 선수가 스카우트 된 날과 출전 신청 날짜가 겹쳤던 모양입니다. 느닷없이 당한 셈이지요. 어쨌든 남들은 3천만 달러를 걸고 달리는데 유호성 선수는 그 꼴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군요.”
“어머나, 마음이 비단결처럼 여린 그 애가 어떻게 그런 모진 꼴을 겪어낼까?”
신희영은 묘한 심정이었다. 원수 같은 남편… 유민 회장을 떠올리면 몬테카를로 랠리에 꼴찌를 하자마자 게릴라 레이싱에서도 탈락하게 된 꼴이 너무도 속 시원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아들 유호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꼴찌, 탈락! 이 얼마나 환장할 단어인가. 하지만 벌써 며칠째 스포츠신문마다 그런 제목을 단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고로 사람은 줄을 잘 서야 돼요. 그 녀석도 애초에 우리 쪽 줄을 잡았어야 했던 거라고요. 내 말대로 골프를 배웠다면 지금쯤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가 되었을 테니 오죽이나 좋아? 그 좋은 자리를 강유리에게 홀랑 빼앗기다니…”
그녀는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를테면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강유리 선수를 후계자로 지목하다니… 김치 국물을 엄청나게 들이마신 결과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강준호는 이렇게 맞장구를 쳤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제 딸인 강유리가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가 된 것은 엄청난 골프실력과 미모를 함께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강준호는 신희영보다 더욱 심각하게 김치 국물을 들이마신 환자인 셈이었다. “강 프로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잖아요? 호성이에게 닥친 위기가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위기에 빠진 자동차 드라이버를 잘 구워삶으면 골프선수로 환생 시킬 수도 있을 것이란 뜻이지요.”
기필코 유호성을 품안으로 데려와 골프선수로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심사였다. 누가 뭐래도 신희영은 타고난 여장부였다. 천하의 유민 회장과 맞서 회사를 두 토막 낸 장본인인데 아들을 되찾아 오는 일에 어찌 소극적일까. 이번에야말로 빼앗긴 아들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확신이 그녀의 눈빛에 서려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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