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은 ‘톱 10’ 정도의 대결에 돌입해야 주목도가 제법 생긴다. 하지만 Mnet ‘보이스 코리아’는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과해 경합을 펼치는 48강전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블라인드 오디션에 이어 지난 9일 첫 공개한 ‘배틀 라운드’는 두 사람 중 누구 하나를 떨어뜨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승부였지만, 진정한 노래의 힘을 전해주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 2010년 ‘슈퍼스타K2’의 관심을 2030세대에서 폭넓은 세대로 확장시킨 결정적 계기는 장재인과 김지수가 기타를 치며 ‘신데렐라’를 불렀던 라이벌 미션이었다. ‘보이스 코리아’의 배틀라운드에서는 장재인-김지수 간의 라이벌 미션과 같은 대결이 계속 이어져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과한 48명의 합격자는 심사위원을 맡았던 신승훈 백지영 길 강타가 이끄는 각팀에 12명씩 소속돼 있다. 코치는 팀원 중 두 사람을 임의로 뽑아 뮤지션의 도움을 받아 트레이닝시켜 듀엣 무대에서 노래 배틀을 벌이게 한 후, 둘 중 한 명을 직접 떨어뜨려야 한다. 4명의 코치가 만든 배틀 대진표는 너무 가혹했다. 승자를 가리기도 힘들었다.
첫 번째 배틀라운드에 나온 신승훈팀의 장재호-황예린조는 별과 나윤권의 듀엣곡인 ‘안부’를 불렀다. 두 사람은 환상의 하모니를 들려줬지만 황예린이 아쉽게 탈락했다. 장재호가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영석은 이들의 노래를 듣고 “노래 못하는 아이돌들에게 비수를 꽂는군요”라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강타팀에서는 ‘미사리 가수’로 활동하는 지세희와 록밴드 번아웃 하우스의 보컬로 윤도현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오경석이 90년대 댄스가수 벅의 ‘맨발의 청춘’을 듀엣으로 소화했는데, 다양성에서 앞선 지세희가 합격했다.
백지영팀의 배틀라운드에 첫 등장한 유성은과 임진호도 막상막하 대결을 벌였지만, 백지영은 선이 굵고 대담한 유성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백지영은 “내가 왜 이들을 함께 붙였을까. 후회가 많다”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리쌍의 길팀에서는 우혜미와 정소연이 맞붙었다. 신촌블루스의 ‘아쉬움’을 부른 이들은 다른 팀과는 달리 서로 친해지지 않았고 가사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의 파트로 확보하려는 등 기싸움을 펼쳤지만 막상 노래를 부를 때는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다. 박선주는 “고수는 자신의 에너지를 적정한 온도에 맞춰서 적절하게 부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5번째 배틀라운드인 이찬미와 강미진의 듀엣 대결도 흥미진진했다. 이처럼 배틀라운드에 나온 한명 한명이 가슴을 울려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탈락과 합격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장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누가 떨어지고 누가 붙느냐는 음악을 좀 더 극적으로, 긴장감 있게 부를 수 있게 하는 보조장치일 뿐이다. 그런데도 합격과 탈락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힘들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을 더 강조하는 등 어떤 장치를 해놔도 노래를 부르며 경합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음악과 그 음악이 전해주는 감성과 감동만이 전달돼야 성공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이스 코리아’는 알려주고 있다.
‘슈퍼스타K2’에서 장재인과 김지수가 ‘신데렐라’를 부르는 동안 누가 떨어질지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두 사람의 목소리와 화음, 또 그것이 전해주는 진심만이 시청자의 귀에 전해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이스 코리아’도 음악이 서바이벌 장치를 꼭꼭 눌러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보이스 코리아’가 승승장구할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서병기 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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