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선배 (베이비붐) 세대들이 ‘해방전후사의 인식’, ‘우상과 이성’, ‘민중과 지식인’, ‘역사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구조와 발전’, ‘세계경제론’ 등을 읽었다면, F세대는 문화비평, 구조주의, 포스트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문화인류학, 기호학, 급변하는 중국정치론, 미학, 맹자의 혁명론, 스포츠의 정치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지식과 사회분석도구를 익혔다. 다양화된 관심 분야 중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기존에 진리 또는 진실로 인정된 부분을, 판정하는 기준에 따라 부정하거나 상대화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계몽사상적 이성 혹은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거역하고 보편적 이론이나 사상의 거대한 체제가 해체됐음을 주장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학문영역에 스며들었다. 이미 배운 것, 익숙해진 질서 등에 대한 재검토의 안목이 F세대들에게 생겨난 것이다. 8미리 촬영기를 짊어지고 다니는 젊은이, 힙합을 배우러 해외로 가거나 외국 동영상을 수집해 신조류의 댄스를 자습하던 청년들이 생겨나 한류의 ‘맹아’를 키우기도 했다. 일부는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벤처 열풍에 가세했고...(중략)...캠퍼스에 ‘다양성의 르네상스’를 심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F세대였다.”

#“이른바 IMF세대로도 불리는 90년대 초반 학번의 고통은 더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사람을 뽑는 기업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가난한 백수생활을 해야만 했다. IMF구제금융기를 벗어날 무렵,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하면서 희망이 엿보이는 듯 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결혼도 했다. 달콤한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 이번엔 집값이 폭등해 좌절을 맛본다. 수입은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선배들이 키워놓은 사교육시장에서 내 아이만 도태시킬 수도 없었다. 10년 가까이 아끼고 아껴 모은 돈에다 대출을 왕창 받아 가까스로 집을 사니 또 다른 재앙이 시작됐다. 2008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져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져버렸다. 시쳇말로 상투를 잡은 것이다. 역대 모든 시대의 40대 중에서 상대적 빈곤이 가장 큰, ‘하우스 푸어’가 되고 만 것이다.” (이상, ‘이런나라 물려줘서 정말 미안해’ <도서출판 미래의창> 중에서)

F세대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보다 인구가 더 많은 ‘2차 베이비붐세대’, 즉 지금의 40대 주류(1966~1974년생)를 뜻한다. 이들은 2030세대들과 연대해 2010년 6.2지방선거, 지난해 4.27재보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쟁쟁한 여당후보들을 낙마시킨 ‘선거쿠데타’ 주도세력이다.

‘중년(middle age)’의 표심은 늘 생물 같이 요동쳤다. 2002년 대선땐 보혁 후보에게 비슷하게 나눠줬지만, 2007년 대선에선 65대35로 보수파후보를 밀었다. 4.27재보선 분당대결에서는 31대69, 10.26보선땐 33대67로 개혁진영에 몰표를 던졌다.(이상 출구조사 결과, 1,2위 후보 득표율을 백분위로 환산, 이하 지지율도 같은 방식으로 환산)

전체적으로 여당의 ‘예상밖 승리’로 끝난 4.11 총선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들은 2040연대의 파트너인 2030세대와 같은 맥락의 표심을 보였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일은 오는 12월 대선때 최다인구층 ‘캐스팅보트’로서 40대 표심이 어떤 고리에 의해 어떻게 움직일지 내다볼 안목을 제공한다.

지난 11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양당 합계를 100으로 놓고 환산)은 20대는 38대62, 30대는 32대68, 40대는 43대57로 민주당 우세였다. 50대부터는 새누리당 지지가 많아, 50대 61대39, 60대이상은 71대29였다.

우리사회를 이끌게 될 40대는 ‘변화’에 방점을 두겠지만 평소 마음에 두던 야당에서 크고 작은 패착이 계속되면 사정없이 돌아설 것이다. 야당에 대한 도덕성 잣대가 여당 보다 가혹하다 하소연해도 ‘깜’이 안되는 세력과 후보를 향한 40대의 표심은 가차없다.
우리사회를 이끌게 될 40대는 ‘변화’에 방점을 두겠지만 평소 마음에 두던 야당에서 크고 작은 패착이 계속되면 사정없이 돌아설 것이다. 야당에 대한 도덕성 잣대가 여당 보다 가혹하다 하소연해도 ‘깜’이 안되는 세력과 후보를 향한 40대의 표심은 가차없다.

전체적으로 2040 연대의 기류는 이어졌을지 몰라도, 세부적으로는 변화가 눈에 띈다. 2030세대의 여야 지지성향은 지난해의 관성을 이어갔지만, 2030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던 40대 표심의 여야 격차가 크게 줄어든 점은 주목할 만 하다. 2개 정당만을 떼낸 백분위 환산 점수라서 진폭이 크긴 하지만, 지난해 34~38%포인트였던 40대 표심의 여야 격차는 이번에 14%포인트로 급감했다.

세세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특정 정파에 대한 호-불호를 비교적 선명하게 표출하는 2030세대와는 달리, 40대의 표심에는 묻고 따져보는 ‘실용성’이 엿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총선에서는 MB심판론, 민간인 불법사찰, 새누리당의 비대위 가동, 민주당 주류가 된 친노 & 386그룹의 공천 주도, 야권단일화 부정 경선, 야당 후보 막말 파문, 여당후보의 논문 표절, 제수 성추행의혹, 안철수의 미온적 행보, 전국을 누빈 박근혜, 부산에 갇힌 문재인, 미래를 언급한 박위원장, 과거 심판을 주장한 한명숙대표 등 여러 풍경이 뒤섞여 예측불허의 상황이 시종 이어졌다.

두껑을 열어보니 2030은 심판에 강하게 방점을 찍었지만, 40대는 대체로 ‘야성(野性)을 유지하면서도 야당이 과거에만 몰두한채 국민이 잘 살 방도에 대해 별다른 아젠다를 던지지 못한 점과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야당에도 채찍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제기한 상대당에 대한 네거티브 재료에 대해 ‘상계’할줄도 알았고 여당이 미웠지만 변화와 미래를 얘기한 새누리당의 몸부림에 눈길을 주기도 하면서 40대 표심의 여야간 격차는 MB가 몹시도 미웠던 작년보다 줄어들었다고 보여진다. 40대의 ‘영악한 선택’은 거대담론에 치중하던 앞세대의 관행을 청산하고 다양성과 실용성으로 무장한 자신들의 20대 이후 20년 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30세대는 40대 보다 더 영악하고 실용적인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취업난 - 등록금 부담 - ‘하우스리스(houseless)’ 가능성 - 결혼 공포 - 자녀 양육 부담 등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보니 분노의 크기가 40대 형님,언니보다 컸고, 그래서 “바꿔, 바꿔”에 방점을 둔 것으로 읽힌다.

베이비붐세대에게 군정종식이라는 정치적 거대담론과 생업 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그들의 청년과 중년의 삶을 지배했다면, 초등학교때 8비트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해 오늘날 SNS 소통도구를 장악한 F세대는 군부가 물러가고 민주화운동의 끝물에 청년기를 보내면서 개성에 따라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3저호황의 종식과 IMF구제금융기 취업난이 초래한 실용지식 챙기기에 익숙하다. ‘다양성과 실용’의 세대인 것이다.

묻고 따져보는 40대 표심은 올 12월 대선에서 작년의 3대7로 회귀할 수도, 2002년의 5대5로 더 좁혀지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

머지않아 우리사회를 이끌게 될 40대는 ‘변화’에 방점을 두겠지만 평소 마음에 두던 야당에서 크고 작은 패착이 계속되면 사정없이 돌아설 것이다. 야당에 대한 도덕성 잣대가 여당 보다 가혹하다 하소연해도 ‘깜’이 안되는 세력과 후보를 향한 40대의 표심은 가차없다.

새누리당으로 바꾼 2개월간의 행보에서 여권이 판정승을 거뒀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8개월간 개혁하는 척 폼만 잡고 말만 앞세울 뿐, MB식 통치 또는 보수기득권층의 탐용적인 구태 청산 등 실질적 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여당은 다시 ‘만방(萬放)’으로 질수도 있는 것이다.

/abc@heraldm.com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