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계 총재 공식탄생…적극적 개혁 기대감…일부선 금융경험 없어 우려도
60년 전 선진국의 원조를 받던 최빈국 출신 소년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계 김용(53)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마침내 선출됐다. 세계은행은 1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경합을 벌인 김 총장을 차기 총재로 선임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이날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경쟁을 거쳐 김 총장을 차기 총재로 선출했다”며 “그의 자질을 반영하고 회원국가들의 지지를 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백인이 독식해온 세계은행이 공개경쟁을 거쳐 66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계 수장을 맞게 됐다.
김 신임 총재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는 낯설지 않다. 그는 5살 때 치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하는 등 교민사회에서 손꼽히던 수재였던 그의 삶은 1980년 중반 아이티를 방문하면서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 시절 빈민들의 생활상을 보면서,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자’고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이후 20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의료활동에 앞장섰다.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았고, 2006년에는 타임 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2009년 미국의 명문 다트머스대 총장에 임명돼, 200년 미국 아이비리그 역사상 첫 아시아인 총장이 됐다.
세계은행 신임 총재의 임기는 7월 1일 시작된다. 그에게는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용 체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국제의료 전문가라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론과 금융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는 비관론이 혼재한다.
미국이 ‘깜짝 카드’로 김 총장을 지명한 것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목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신임 총재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세계 경제와의 통합이 어떻게 가난한 나라를 가장 역동적이고 번영하는 국가로 만들 수 있는지 지켜봤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다른 저개발 국가들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 신임 총재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은행의 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전문성을 살려, 향후 세계은행이 그동안 경제개발 위주의 사업을 교육, 보건,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분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가 개도국 출신인 만큼 가난한 나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세계은행 수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 쪽 경험이 없는 김 신임 총재가 세계은행이라는 거대조직을 이끌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이 최근 경제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김 총장보다 응고지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총재로 더 적합하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김 신임 총재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총재 선출 과정에서 신흥국들이 후보를 내세우며 미국에 도전한 점도 험로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런 안팎의 저항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동시에 세계은행의 위상 재정립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jym6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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