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지수 편입 또 불발

경제수준 선진시장 평가 불구 원화거래 제한 등에 발목 펀더멘털·기업실적 견고 증시 충격은 거의 없을 듯

4번째 도전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규제였다.

21일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을 신흥시장에 그대로 둔 것은 선진지수로 편입되기에는 외환시장의 환전 자율성이 부족하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시스템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MSCI지수를 운용 관리하는 MSCI바라는 이날 “한국 증시는 MSCI가 시장 분류상 설정하고 있는 선진지수로서의 기준에 대부분 부합하고 있다”면서 “다만 (선진시장으로 분류되기에는) 외환 자유화가 충분하지 못하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위한 등록제도가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탁월한 경제 발전과 시장 규모, 유동성, 시장 운영 체제 등은 이미 선진시장 수준에 올라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수준보다는 접근성이 중요=한국은 영국 FTSE, S&P, 다우존스 등 3개 지수 산출기관의 시장 분류 기준에서는 선진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러셀과 MSCI에서는 여전히 신흥시장이다.

MSCI가 이번 리뷰에서 그리스를 신흥시장으로 내리는 관찰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이 일제히 5개 지수 산출기관의 시장 분류 기준에서 선진시장 지위에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이 안 된다. FTSE와 S&P에서도 그리스는 신흥시장으로 포함시킬 관찰 대상일 뿐, 선진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은 MSCI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10월 KRX와 MSCI 간의 지수 사용권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과 올해 초 MSCI 한국지사 설립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의 선진지수 편입 실패는 아쉬움이 크다.

이영준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관마다 평가 기준은 다르지만, 공통적 특징은 국가의 경제 수준이 아니라 거래의 자유와 효율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MSCI의 시장 분류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 접근성에 대한 평가다. 외국인 주식 소유의 개방성, 자본의 유ㆍ출입에 대한 용이성, 운영 구조의 효율성, 경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각 분야가 매우 높을 경우 선진시장으로 분류된다.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은 지난 5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한국의 원화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거래하지 못한다는 점은 MSCI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는 데 장애물이 된다”면서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를 바꾸기 위한 어떤 목적이나 목표도 없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편입 불발 따른 영향은 미미=한국거래소 측은 “글로벌 투자자는 이미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인식하고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 및 기업 실적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에 따른 시장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지만 MSCI에서 지적한 외환 자유화 및 외국인 등록제도가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 사안인 만큼,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정책 기조를 변경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은 내년 6월로 미뤄지게 됐다.

김동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정책 및 증시 규제 사항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직결된 문제”라며 “MSCI가 편입 실패 사유를 분명히 밝힌 만큼, 규제 완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선진지수 편입은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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