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상범기자] A(16) 군은 친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80만원짜리 아이패드를 할부로 구입하고 이를 되팔면 60만원의 목돈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신사 약정요금제를 통해 매 달 3만원이 넘는 할부금을 24개월 동안 내야하지만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돈을 벌던 A군은 당장 수십만원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이를 되팔았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할부로 물건을 구입하고 다시 이를 중고매입업자에게 되팔아 목돈을 챙기는 이른바 ‘깡’이 진화하고 있다. 카드깡이나 휴대폰깡 등 기존의 널리 알려진 수법을 넘어서 할부가 가능한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태블릿 PC나 노트북 등 이동통신사의 요금보조가 이뤄지는 통신기기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애플사의 아이패드와 맥북,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등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전자제품을 중고매입한다는 글들이 일평균 4~5건이 올라온다. 신용카드 없이도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를 통해서 명의만으로 할부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100만~200만원대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할부 구입한 뒤 70% 정도 할인된 가격을 받고 매입업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통신기기만이 아니다. 200만원대의 안마의자, 최신형 정수기도 요즘 인기있는 ‘깡’ 대상이다.

대부분 렌탈로 거래되는 이들 품목은 할부로 매 달 3만~4만원만 내면 손쉽게 100만원이 넘는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 관계자는 “금액이 크고 할부가 가능한 거의 모든 제품이 ‘깡’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일부는 아예 원룸 등을 잡아 정수기나 안마의자 등을 대량으로 구입해 ‘깡’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결국 ‘깡’으로 산 물건은 나중에 할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깡은 개인의 신용불량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금융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깡’은 개인의 무분별한 소비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지만 경기부진 장기화로 인해 불법 사금융 형태로 발전하는 추이를 감안해 금융감독기관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성진 한국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현금서비스 및 카도한도가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목돈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이 ‘깡’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를 통신사나 금융감독원 등이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사무국장은 “신용불량자나 연체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가의 물건을 할부로 다량 구입하는 것은 100% ‘깡’을 하는 것”이라며 “관련기관들이 그들의 구매기록 등을 조금만 신경쓰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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