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자락에 역사적인 건물이 세워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바로 그 주인공.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과 영상, 20여년 동안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어온 수요시위의 활동 모습 등이 담겨 있는 이 박물관은 대지 350여㎡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2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20년째 수요시위를 벌여왔지만 위안부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직접 공론화하는 것은 늘 어려움이 따랐다. 정부는 한ㆍ일 관계를 이유로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강한 입장 표명조차 부담스러워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위안부 박물관이 개관하기까지 10년이라는 질곡의 세월이 있었다. 2003년부터 건립 논의가 시작됐고 위안부 할머니 17명이 2003년 12월 정부생활지원금을 쪼개어 모은 주춧돌 기금으로 점화식을 진행했지만 기금 마련에 난항을 겪으며 2009년 3월에야 첫 삽을 떴다. 25억원의 건립기금 중 정부 지원은 5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1만원 기부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모인 국민들의 정성이었다.
박물관 개관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대사관이 정부가 박물관 건립 기금을 지원한 것을 두고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지난 6월에는 극우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박물관 담벼락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세워둔 이른바 ‘말뚝테러’가 발생했다.
다만, 매일 100여명 넘는 관람객의 조용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인들의 방문도 늘어나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더이상 위안부 할머니와 일부 단체의 외로움 싸움이 아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조용한 외교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자 외교통상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2012년도 방위백서에 역사적ㆍ지리적ㆍ국내법적으로 명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일본 영토로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가장 높은 항의 수준인 ‘외교부 대변인 성명’으로 대응한 것은 처음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가수 김장훈 씨와 함께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와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 전광판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수차례에 걸쳐 내보냈다. 비록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일본 측의 막무가내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 ‘조용한 항의’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많은 변화를 이룬 셈이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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