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이후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지금이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독도는 OO땅’이라면서 양국 누리꾼들은 설전을 벌이고, 정계 인사들과 인기스타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는 물론 경제ㆍ한류문화에까지 ‘감정론’이 잠식하며 심화된 갈등이 잦아들 줄 모르는 이 때,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통해 게재된 한일 청년들의 ‘프리허그’ 영상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영상이 다시금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의 한일관계로 인해 양국 누리꾼들의 시선이 더욱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제작한 것은 일본의 한 청년, 한 눈에 보기에도 20대 초ㆍ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청년은 한국으로 건너와 ‘프리허그’를 시작했다. 이 청년은 당시에도 “최근의 양국관계는 정치적, 역사적인 문제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문제로 우리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한국인 친구가 많고 그들을 좋아한다. 두 나라의 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글과 함께 이 같은 이벤트를 시작했다. 한 해 전 여름, 양국의 관계는 지금처럼 극에 달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일본에서는 일부 우익단체들의 반한시위가 한창이었고, 이 소식은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반일감정이 악화됐다.
이에 일본인 청년은 한국의 거리에서 태극기와 일장기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프리허그를 시작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의 한국 청년이 다가와 프리허그를 하는 첫 장면이 비춰지니 일은 술술 풀릴 것만 같았지만 청년의 이벤트는 공원에서 한 중년남성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중년남성은 청년의 어깨를 밀치며 삿대질까지 했다. 단지 서로의 우정을 위해 시작했던 프리허그가 뜻하지 않은 난항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시민들은 이 청년과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어린이부터 여고생, 중년여성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찾아온 일본청년의 ‘프리허그’에 동참했다. 심지어 이 청년을 보고 달려와 안긴 비슷한 또래의 한국청년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낼 정도다.
영상은 수많은 시민들이 일본인 청년과 진심을 담은 포옹을 나누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당시에도 일본에서는 많은 화제를 모았던 이 영상은 현재도 유투브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트위터를 통해서도 간간히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유투브를 통해서는 11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관심이 모아진 이 영상에는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에게도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서로를 욕하고 헐뜯는 싸움은 언제 끝이 날까”라는 반응으로 일본인 청년의 용기를 칭찬했다.
한 일본인 누리꾼은 21일 이 동영상 아래에 “모 방송국에서 이 동영상의 존재를 알았다. 당신의 용기있는 행동에 정말 감동하고 몇 년만에 눈물이 났다”면서 “나도 유학 경험이 있고, 몇 년간 교제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 국가 간 외교에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이러한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뀔 가능성을 있다고 생각한다”는 댓글을 통해 프리허그 동영상을 남긴 청년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전했다.
그렇다고 진심어린 응원과 따뜻한 반응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의 악화된 양국관계를 반영하듯 한 일본 누리꾼은 “한국인 때문에 최근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이런 동영상은 의미없는 행동에 불과하다. 한일간의 우호는 무리한 요구”라고 못박았다. 양국간의 깊어진 갈등에 “지금의 일본인들의 분노는 한국인들의 감정과는 완전히 별개”라면서 반한감정을 삭히지 못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유명 소설가의 반응도 눈에 띄었다.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 불리는 일본의 천재작가 히라노 게이치로(@hiranokkorea)는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악화된 때야말로 꼭 봐야할 영상”, “굉장히 용기있는 행동에 감동”이라는 글과 함께 올려진 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정치인들이 이걸 봐야한다”는 촌철살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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