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ㆍ김지헌 기자] 내수주(株) 수난시대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와 부진한 2분기 실적에 이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까지 가세하면서 좀처럼 주가 상승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계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한 내수 침체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적되면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사드 요격에 ‘한 발’, 실적에 ‘두 발’= 이달 초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은 국내 화장품과 면세점 업종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ㆍ중 관계 경색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이들 업종이 투자자를 불안케 만든 것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관련주는 사드 배치 발표일(8일)부터 전일까지 9~14% 하락했다.

이 기간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은 11.95%, 9.30% 하락했다. 사드 배치 발표 직전 사상최고가(119만9000원)를 경신했던 LG생활건강 역시 14.48% 떨어진 상태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14.58%)와 한국콜마(-11.13%), 잇츠스킨(-10.27%), 에이블씨엔씨(-14.44%) 등도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전통적인 내수주로 꼽혔던 화장품주는 2~3년 사이 중국인 고객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내수주와 수출주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사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수요 감소, 수출 부진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역풍을 맞게 됐다.

같은 기간 SM면세점 서울시내점을 운영하는 하나투어(-11.84%)를 중심으로 호텔신라(-10.46%),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7.48%) 등 면세점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달 중순엔 2분기 실적 전망이 내수주의 발목을 잡았다.

내수 소비 둔화세와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부각되면서 음식료와 필수소비재 업종 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16.5%, 2.2%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5.1% 상승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 같은 추세는 2분기에도 계속돼 실적 기대치 하락과 투자 매력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롯데칠성(-7.11%), 빙그레(-6.65%), 크라운제과(-6.63%), 롯데하이마트(-1.95%)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소비재 관련 업종에서 나타난 신저가 행진 역시 이 같은 흐름과 맥을 나란히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이후 롯데칠성(160만1000원), 빙그레(6만1200원), 크라운제과(3만5550원), 롯데하이마트(4만2450원) 등은 줄줄이 신저가를 찍었다.

▶김영란법까지 ‘엎친 데 덮친 격’되나= 헌법재판소가 전날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내수주는 또 한 번 ‘눈치 보기’ 양상에 돌입했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한선을 둔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내수시장이 위축돼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김영란법이 제정안 발표, 국회 통과 등으로 수차례 수면 위로 드러났던 만큼 관련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돼 큰 폭의 조정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법 시행과 함께 그 여파가 구체화할수록 내수주는 그 악재를 고스란히 흡수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주요 구입처인 법인의 명절선물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백화점 등 유통주는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분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전 거래일 대비 0.78%(1000원) 내린 12만7000원에 거래됐다.

현대홈쇼핑(-0.41%), GS리테일(-0.75%), 엔에스쇼핑(-0.56%), 신세계(-0.53%), BGF리테일(-0.95%), 롯데쇼핑(-0.51%) 등은 전일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들 종목은 전날에도 1~3%대 내림세였다.

골프ㆍ주류 관련주는 종목에 따라 등락이 엇갈렸다. MH에탄올(-1.00%), 무학(-0.21%), 하이트진로(-0.43%), 창해에탄올(-0.66%), 롯데칠성(-0.48%) 등 주류 관련 종목은 대부분 하락세였다.

반면 김영란법으로 골프 수요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골프존(0.54%), 휠라코리아(0.57%) 등은 소폭 올랐다.

대형 골프장을 찾는 대신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등의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대형 골프장을 보유한 C&S자산관리와 에머슨퍼시픽 등은 장 초반 1~2%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내수주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같은 법 시행은 처음인 데다가, 시행까지 2개월여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실적 등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지난 3~5월 김영란법의 금액, 적용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일 때마다 일부 내수주는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반등했다.

하지만, 당시엔 법 시행을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던 만큼 앞으론 상황이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해당 법이 체감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관망세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게 수치로 확인되면 그 여파는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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