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정진영 기자] ▶ 눈뜨고코베인 ‘변신로봇대백과’= “내가 변해야 할 때가 왔네/그대 어디에 있는진 몰라도/그 해 나는 너를 떠나 보내고/낡은 로봇 대백과를 펴 들었네/그 해 나는 너에게/아름답다 말하고/낡은 로봇 대백과를 펴 들었네”
과거에 눈뜨고코베인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장기하는 “가족과 외계인이 등장하면 그건 눈코의 노래”라는 말을 남긴 일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벽장에 감춘 어머니, 고속도로에 사는 원숭이, 우주 최고의 섹시 금붕어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환상을 태연하게 버무려 낸 개성적인 음악들. 눈뜨고 코베인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개성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밴드로 꼽힙니다.
‘변신로봇대백과’는 연인과 함께 어둠의 무리와 싸우기 위해 원자력 엔진과 강철의 몸을 가진 로봇으로 변신하는 연습을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다룬 발라드(?)입니다. 가족과 외계인을 매개로 비틀린 세상을 ‘웃프게’ 꼬집어 왔던 그간의 눈뜨고 코베인을 떠올린다면 매우 낯선 사운드일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운드도 눈뜨고코베인이 설정한 말도 안 되는 상황과 결합하니 독특한 서정을 그려내는군요. 눈뜨고코베인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는 기묘하고도 가슴 시린 러브송입니다.
▶ 로맨틱 펀치 ‘파이트 클럽(Fight Club)’= “삐걱대는 문을 여니/화려한 조명 속에/환상의 춤사위들이/펼쳐지는 이곳/진귀한 보석들과 승리의 전리품/멋진 오늘 밤에 건배/이곳은 Fight Club”
음악으로 고민을 털어버리고 머리를 흔들고 싶다면 로맨틱 펀치는 꽤 적절한 선택입니다. 치고 달리는 연주와 유려한 멜로디, 그리고 청자를 흥분시키는 날카로운 보컬까지. 로맨틱 펀치보다 라이브를 잘하는 밴드는 많을지 몰라도 이보다 더 나은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죠.
로맨틱펀치가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정규 2집 ‘글램 슬램(Glam Slam)’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곡인 ‘파이트 클럽’은 이 같은 밴드의 장점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입니다. 영국 출신 전설적인 밴드 퀸(Queen)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도입부와 다채롭게 변화를 거듭하는 구성.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사이다 한 사발 들이킨 듯한’ 경쾌함과 큰 스케일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앞으로 나올 정규 3집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기대되는군요.
※ 살짝 추천 싱글
▶ 유성은 ‘마리화나’=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 가사만 보고 지나치기엔 세련미와 관능미를 동시에 갖춘 곡. 음색도 가사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 결코 더럽지 않은(?) 러브송. 곡만 잘 빠졌다면 뻔한 러브송 가사보다 이런 가사가 차라리 낫다.
▶ 도마(DOMA) ‘초록빛 바다’= 별 다른 꾸밈없는 간결한 연주와 화장기 없는 가사, 그리고 그 위에 실린 깊은 목소리가 형성하는 몽환. 어두운 밤 깊지 않은 따뜻한 바닷물에 몸을 담근 듯한 편안함과 비릿한 향기가 느껴진다. 문득 김사월x김해원이 떠올랐다.
▶ 아이엠낫(iamnot) ‘헤이헤이(HEIYHEIY)’= 임헌일, 양시온, 김준호의 결합인데 무슨 말을 더 보탤 필요가 있나. 세련미와 거친 질감이 공존하는 호쾌한 사운드. 이런 사운드에도 한글 가사가 참 잘 달라붙어 놀랍다.
▶ 김여명 ‘환절기’= 이별의 아픔을 덜 아프게 소환하는 섬세하고도 절제된 가사와 이를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차분한 목소리. 이별을 이렇게 기품 있게 서정적인 필치로 접근하는 노래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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