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행, 헌재 결정에도 마은혁 임명 않으면 내란공범”

‘탄핵 추진’ 언급은 자제…“조기대선 거론되는 상황”

한덕수 탄핵안 통과 이후 급락했던 지지율도 우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딜레마’에 빠졌다. 당 일각에선 내란특검법 추진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협조하지 않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지만, 지도부는 선을 긋고 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또다시 탄핵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도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에 대한 뚜렷한 압박 수단을 찾지 못하는 배경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이날 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 권한대행이 곧장 임명 절차를 밟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 측이 헌재 선고 이후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일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지 않는다면 이는 내란 공범이라는 결정적 확증”이라며 “내란죄 고발을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인터뷰에서 “흐름을 보면,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보다는 국민의힘의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오늘 헌재에서 인용 결정이 나더라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탄핵에 부담을 갖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 탄핵 추진 언급을 자제하는 배경에는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당내의 지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에 이어 구속기소 됐고, 탄핵심판이 속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최 권한대행은 내란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헌법재판관 임명하지 않고,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실제 탄핵을 할 것인가를 두고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대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급락했었다는 점도 민주당이 탄핵을 쉽게 거론하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달 10일 한국갤럽은 같은달 7~9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 16.3%,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해당 조사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실시된 첫 조사였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불과 3주 전 조사 결과보다 12% 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3주차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8%를 기록했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은 기정사실화가 되고 있는데 한 총리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로도 국무위원 ‘줄탄핵’을 언급하는 등 너무 강경한 태도만 보여주지 않았나”라며 “유권자가 민주당을 보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