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 역량이 2년만에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핵심 기술 5개 분야 중 4개에서 중국에 추월당했고,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는 양국이 동등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2년 전만 해도 메모리, 센싱, 패키징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을 앞섰지만 이제는 모두 중국에 따라잡힌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발 관세 위협 속에서 기술마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평가한 핵심 기술 5개 중 한국은 고집적 메모리,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 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 등 4개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졌고 첨단 패키징 기술만 중국과 같은 수준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중국의 메모리 기술이 한국과 1년 정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이미 추월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2년 전 위기가 예고됐는데도 손 놓고 있는 사이 순식간에 뒤로 밀리고 만 것이다. 전통적 강점 분야마저 뒤처진 데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을 옥죄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내수지원,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단숨에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AI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는 2년 전에도 중국이 앞서 있었다. AI로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는 뜻이다. 기초·원천 연구와 설계 기술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뒤처져 있어 미래 혁신 기술에서도 앞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반도체 기술 초격차로 앞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는 반도체 25% 관세 부과를 천명한 상태다.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는 모양새인데 중국을 통해 반도체를 재수출하는 우리 공급망 구조로선 셈법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의 40% 가량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기술과 통상 양면 공격으로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변곡점을 맞은 한국 반도체로선 무엇보다 기술 선도력 회복이 급선무다. 현재 반도체 기술 혁신 뿐 아니라 양자 반도체, AI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반도체 인력 양성과 R&D 투자 확대가 필수다. 미래 기술인 양자 컴퓨팅의 경우 미국과 중국은 한참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주요국 중 꼴찌다.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각국이 근로시간과 환경영향평가까지 규제를 풀면서 반도체 굴기에 나서는 절박감이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