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와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가졌다. 이 TF는 그동안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주재해 온 ‘대외 경제 현안 간담회‘를 확대한 것으로, 곧 몰아칠 미국발 관세 태풍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원팀으로 뭉쳤다는 의미가 크다. 4대 그룹이 현지생산 확대와 투자 강화 등 나름의 전략을 펴고 있지만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부과에 이어 비관세장벽까지 허물려는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폭격에 기업의 개별 대응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한미 무역 불균형의 ‘리밸런싱(재조정)’에 나서는 등 큰 틀의 통상 외교로 미국의 무역 정책을 한국에 우호적으로 바꿔 놓아야 개별 기업들의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우리의 주력산업을 겨냥한 ‘트럼프 스톰’에 맞서려면 해당 기업들의 경영전략 전환에 이전보다 빠른 템포와 과단성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 대행이 이날 재계가 극력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사의 충실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불가피했다. 통상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경영 의사 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하게 되면 위기 돌파의 에너지인 기업인들의 야성이 둔화될 소지가 크다. 회사 분할이나 합병시 일반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 취지는 대안으로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보완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 대행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통상 전문가로 꼽혔지만 탄핵에 따른 석 달간의 공백으로 기업들은 지원군 없이 고군분투해야 했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근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이재용 회장, 지난 2월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고 온 최태원 회장 등이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억지 주장에 대응하려면 기업 단독으로는 역부족이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무기 수입 확대 등 정부가 미국이 호응할 ‘패키지 딜’을 마련하고 이 틀에서 보조금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1위 국가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7년간 1600억 달러(약 235조원)를 투자했다. 또 소고기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 등 다양한 품목에서 미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각인시키는 것이 관세 대응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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