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궐위된 비상한 시국이다. 국가 정책 결정권 행사 범위와 역량이 대단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은 혼란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성과 경제 여건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더군다나 지금 사태는 대통령의 헌정질서 위반 행위로 초래된 마당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논란의 여지 없는 합헌·합법적인 정책이행 및 정치행위로 우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입증해야 하는 시기다. 이런 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지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한 대행은 이날 마은혁 재판관과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했는데, 각각 ‘국회 선출’과 ‘대법원장 제청·국회 동의’ 등의 법적 요건을 만족하고, 헌재가 판결로서 ‘권한대행의 임명 의무’를 확인한 인사들이다. 그러나 이·함 지명자의 자리는 재판관 정원 9인 중 국회 선출(3인)과 대법원장 제청(3인)이 아닌 대통령 권한으로 결정되는 몫(3인)에 속한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구체적 법 조문으로서 규정된 바도, 판례로서 확립된 바가 없다.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위헌적 권력남용”이라고 반대했으며, 국민의힘은 “높이 평가할 용단”이라고 찬성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두 사람에 대한 인사청문 거부 뜻을 밝혔다. 거대 양당의 입장이 갈리고, 행정·입법부가 정면 충돌하는 사안이 된 것이다.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한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가경정예산안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재판관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나, 법적 분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결정에 앞서 국회와의 정치적 합의 및 협력을 우선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2개월 남짓의 권한대행이 6년 임기 재판관을 지명해야 하는지, 이·함 두 인사가 적절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대미 통상 대응에 온 국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한 대행 이하 정부관료와 주요 국가기관 의사결정권자들은 국민 여론과 정책의 우선 순위를 냉엄히 따져 대처해야 한다. 불필요하거나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을 낳을 의사결정은 삼가는 것이 국난 극복과 국민 통합의 최소한 전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