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의 투자자 손실보전 행위 금지
증여, DIP 지급 보증…홈플러스 정상화 주력
사회적 책무 vs LP 손실보전, 해석 엇갈려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한국 자본시장에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제도가 상륙한 지 20년을 맞이한 올해 유례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PE 시장을 개화한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위기에 처하면서 MBK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MBK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에 주목한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운용사의 투자자 손실보전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GP의 사재출연, LP 손실보전 해석 여지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금융투자업자의 영업행위 규칙을 정한 제55조에 따르면 운용사는 투자자 손실에 대해 사전에 보전을 약속하거나 사후에 보전하는 행위 모두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홈플러스 사재출연의 위법성 여부에 주목한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16일 홈플러스의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을 차질없이 지급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구체적 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홈플러스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일부 지원을 실행했다.
정치권과 정부, 여론 등 사회 전반에서는 김 회장 사재출연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조 단위 자산을 거론하며 그가 직접 홈플러스 채무를 갚으라는 주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MBK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다만 이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운용사의 사후적인 투자 손실 보전 행위로 간주할 여지가 있다. MBK는 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홈플러스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총 2조9000억원의 에쿼티(자기자본)를 동원했다. GP의 운용역이 포트폴리오 기업에 출자하는 행위는 해당 기업이 담긴 펀드의 이익과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펀드 출자자인 유한책임사원(LP)의 손실보전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LP에게 금전을 직접 제공하지 않더라도 김병주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홈플러스 상황이 나아진다면 결국 LP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GP와 LP 모두에게 있는데 GP만의 잘못으로 몰아가 경제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 역시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피해 최소화, 사회적 책무 이행 평가도
물론 적법성 여부를 떠나 김 회장의 사회적 책무 이행 정도로 봐야 한다는 시선도 공존한다. 김 회장의 증여를 통한 상거래채권 변제가 LP의 손실 보전에 직결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후순위 투자자인 LP들은 투자금 회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익 채권자를 제외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해 부동산 임대인 자산운용사와 리츠,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이 회수해야 할 자금만 3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채무에 지급보증을 약속하며 신규 대출도 끌어냈다. 기업재무안정 PEF를 운용하는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600억원 DIP(Debtor In Possession) 대출을 결정하고 회생법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구제금융 성격인 DIP 대출금액은 기업회생 절차와 별개의 공익 채권으로 분류된다.
앞서 지난달 4일 MBK는 10년가량 보유 중인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2005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이후 오프라인 대형 할인점의 경쟁력 저하, 팬데믹 이후 유통업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홈플러스만의 생존법을 찾지 못한 채 경영 실패를 자인했다. 홈플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는 아니었지만 수일내 현금이 마를 것을 우려해 기업회생을 선택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거래처, 소상공인, 임직원 나아가 지역사회까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다만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체적 노력 없이 기습적으로 회생을 선택하며 도덕적 해이 논란 중심에 섰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이슈가 PE 자체에 반감을 유발하는 정서적인 문제로 비화된 점은 시장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특정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자본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데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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