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환율 불확실성과 부동산·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나 집행 시기,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속도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17일 2분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약 3년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완화로 틀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시장 예상을 깨고 깜짝 인하를 결단했다.
금통위가 연이어 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경제 부진 징후가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지난 1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으나, 2월 다시 금리를 인하해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이르렀다.
2월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는 저성장 위기가 있었다.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관세전쟁의 위험이 고조하면서 당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전망보다 0.4%포인트나 낮춘 1.5%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환율·부동산·가계부채 불안은 있었지만, 저성장 위기 앞에서는 부차적 요소였다.
그러나 금통위는 이번엔 다르게 판단했다. 앞서 부차적 요소였던 환율 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미국 상호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60원이 넘게 출렁였다. 파면 인용 당시에는 1430원대였던 환율은 상호관세가 발표되고 1480원대까지 뛰었고, 이후 관세 정책이 변화하며 1420원대에 이르렀다.
환율 레벨 자체는 상당히 낮아졌지만, 변동성은 더 커진 것이다. 특정 환율 수준이 아니라 과도한 쏠림, 즉 변동성을 관리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더 까다롭다. 게다가 5월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어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성이 커졌다.
가계대출과 서울 부동산 가격의 안정 여부, 불확실한 추경 규모와 집행 시기 등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관세전쟁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대로 판단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57개 경제주체에 대해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지난 3일부터 부과했으나, 부과 개시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하고는 이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정책이 하루 단위로 오락가락 하면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5월에는 경제전망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은이 공식 성장률 전망치 크게 하향 조정할 경우 금리를 계속 동결하기 어렵게 된다. 관세전쟁에 따른 경제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금리인하 카드를 적기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금통위도 같은 논리로 인하를 결정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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